▲주거약자들의 주거권 보장 요구하는 주거시민단체들주거약자들의 주거권 보장 요구하는 주거시민단체들
신지수
실제 서울에서 혼자 사는 청년가구 중 일명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라고 불리는 곳에서 사는 주거빈곤 가구의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통계청 'KOSTAT 통계플러스' 여름호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 중인 20세~34세 1인 청년가구 중 주거빈곤가구의 비율은 2005년 34%에서 2015년 37.2%로 증가세다. 주거빈곤가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지하(반지하)·옥상(옥탑)거주 가구, 비닐하우스·고시원 등 주택 이외 기타 거처 거주 가구를 말한다.
'지옥고'에 사는 청년인 김경서 민달팽이유니온 기획국장(23)은 "월세 50만 원을 내고 반지하에 살고 있다"라며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보유세, 종부세를 강화하는 게 부동산 가격을 잡는데 유효한 정책이겠지만 병행돼야 할 것은 세입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완화하는 정책들이다"라며 "하지만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정책들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성토했다.
우인철 우리미래 대변인은 "20살에 서울에 올라온 뒤로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다"라며 "주민등록증에 주소 적는 칸이 다 찼다"라고 하소연했다. 우 대변인은 "정치권에서는 불법 위장전입을 하지만, 청년들은 어쩔 수 없이 전입을 하고 있다"라며 "대학생들이 집값 때문에 미래를 두려워하는 현실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억 소리' 나는 돈벼락? 세입자는 '악 소리' 날 정도로 화나"
세입자들도 연이어 발표되는 부동산 정책이 전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박동수 전국세입자협회 대표는 "누구는 억 소리 나는 돈벼락이 떨어졌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세입자)은 악소리가 날 정도로 화가 난다"라며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세입자들은 작아진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 주거대책은 집을 보유한 이들을 우대한다"라며 "그러니 빚내서 여러 채를 구입하게 되고 집값은 당연히 오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 대비 부담이 가능한 임대료로,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원하는 만큼 살고 싶다"라며 "이는 당장의 세입자들은 물론 다음 세대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이 단체들은 "우리에게 집은 살만한 '집'이 아니라 삶을 짓누르는 '짐'이 된 지 오래다"라며 "사는 곳이 아닌 부동산 상품인 사는 것이 되면서 주거는 권리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주택시장에서 구매력을 갖춘 이들에 대한 부동산 정책만 있을 뿐 전월세 걱정, 이사 걱정에 허덕이는 대부분의 세입자들과 주거권이 박탈당한 사람들의 권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 청구권 등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보호법 전면 개정과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대학생 공공기숙사 확중,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