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 예수의 발치가 빈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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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욱의 <비밀의 미술관>은 다빈치의 프레스코화 걸작, <최후의 만찬>이 겪어온 고난의 역사를 이야기해 준다.
프레스코화는 덜 마른 벽면에 수용성 물감을 사용해서 그리는 방법인데, 벽이 마르면서 벽과 일체가 되어야 하므로 물감의 종류가 토질 또는 광물질의 것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어떤 색은 잘 표현하기가 어려운 관계로 벽면이 마른 다음에 추가로 덧칠을 하기도 한다.
책에 따르면, 푸른색과 같이 덧칠된 색이 벽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작품 완성 직후부터라고 한다. 1500년대 말에는 훼손 상태가 심해서 그림이 그려진 수도원에 살던 수도승들조차 벽에 <최후의 만찬>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1625년에 수도원 측은 벽에 문이 필요하다면서 벽에 구멍을 뚫었다. 지금은 그 뚫린 구멍을 메우기는 했어도, 문이 있던 그 자리는 그냥 회색 조로 단색이 칠해져 있다. 그림의 한가운데, 예수의 발치 부분이다.
1769년에는 밀라노에 입성한 나폴레옹이 <최후의 만찬>이 그려진 식당을 마구간으로 사용했다. 나폴레옹은 미술 애호가답게 예술품을 훼손하지 말라는 특명을 내렸지만, 마구간에 묵는 병사들이 위대한 그림을 알아볼 리가 없지 않은가. 병사들은 그림이 그려진 벽면에 말똥 던지기 놀이를 하고, 열두 제자들의 눈알을 파내기도 했다고 한다.
1900년대가 되어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연구 계획이 세워졌지만, 이번에는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수도원에 폭탄이 떨어졌지만 신의 가호인지 벽화가 있던 반대쪽 벽면이 날아가는 데 그쳤다. 양차 대전이 끝나고 이탈리아 정부는 1979년부터 20년간 대규모 복원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물이 현재의 <최후의 만찬>이다.
하지만 사실 지금의 <최후의 만찬>은 다빈치가 그렸던 원본에서 색깔도, 그린 방식도 달라졌으니 더 이상 그의 작품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21쪽)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미술
이 책은 서양미술과 관련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렘브란트의 <야경>은 그를 파산으로 몰고 간 작품으로 유명한데, 사실이 아니라고 저자는 항변한다.
당시 세금 청구서를 보면, 렘브란트는 이 작품 한 점으로 1600길더, 현재 가치로 약 1천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세금 청구서가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반문할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더 있다고 말한다. 그림 한가운데 등장하는 대표 모델인 반닝 코크 대위가 수채화 초상화를 더 주문했다는 것이다.
반 고흐가 생전에 판매한 유일한 그림인 <아를의 붉은 포도밭>을 산 사람은 안나 보쉬다. 그런데 이 사람은 유명한 도자기 회사인 빌레로이앤보흐(Villeroy and Boch) 창업자의 5대손인 화가 외젠 보쉬의 누이다. 빈센트는 외젠 보쉬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했는데, 외젠 보쉬는 임종 시까지 이 그림을 바라볼 정도로 아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피카소가 아직 무명일 당시, 그는 파리 시내의 화랑을 돌면서 혹시 피카소라는 신진 유망 작가의 그림이 있냐고 묻고 다녔다고 한다. 몇 번을 계속하자, 피카소의 그림을 주문하는 화랑도 생겼다고. 루벤스와 더불어 경제 감각이 가장 탁월한 화가로 꼽힐 만하다.
인체 왜곡으로 유명한 앵그르의 <그랑 오달리스크> 속 포즈를 취하려면 척추뼈가 다섯 개 더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저자는 언급하는데, 그런 연구는 누가 하는지 궁금하다. 인체 비례가 이상한 것으로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도 빠지지 않는다. 이 그림의 비너스가 취하는 포즈는 왼쪽 팔이 탈골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고도 한다. 저자는 그저 이 비너스가 10등신이라는 사실만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화가와 미술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도대체 이걸 어떻게 포착했을까 싶은 내용도 있다. 브뤼헐의 그림에 '응가'가 그렇게 많이 나온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브뤼헐의 그림은 많은 사람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월리라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걸 언제 하나하나 살폈을까.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브뤼헐의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볼 때도 그런 설명은 듣지 못했다. 오디오 가이드에 싣기에는 조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걸까.
위대한 미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