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기오 시내필리핀 북부 산악지대 바기오 모습
신한범
강남역 11번 출구
어학연수지가 결정되었으니 다음은 유학원을 선택할 차례. 서울에서 유학원이 밀집된 곳은 강남역 11번 출구. 강남역 주변은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이자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어학원, 유학원, 사무실 등이 몰려 있다. 특히, 11번 출구 주위에는 유학원이 밀집돼 있어 유학이든 어학연수든 외국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한다.
유학원을 알아보면서 선배들의 조언이 생각났다. '직장과 세상은 다르다'라는 것. 퇴직금으로 섣불리 사업이나 장사를 해서는 안 되며 나에게 먼저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평생 직장생활을 했다는 것은 온실에서 자란 것과 같아서 세상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헤쳐나가기가 어렵다.
인터넷을 통해 바기오에서 마음이 끌리는 어학원을 몇 군데 선택했다. 그런 다음 강남에 있는 유학원 자료를 보면서 상담을 받고 싶은 유학원 목록을 작성하고 전화로 상담 시간을 정했다. 유학원은 천차만별이었다. 호텔 로비처럼 화려하게 장식하고 젊은 친구들이 세련된 복장과 각종 통계를 제시하는 곳부터 동네 복덕방처럼 후덕하면서 마음 편안하게 상담하는 곳까지.
며칠 동안 발품을 판 후에 한 곳을 선택했다. 원장님의 인상도 마음에 들었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으며 왕복 항공권까지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제의했다. 흡족한 마음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을 건넸다.
선배들의 조언대로 세상으로 첫발을 제대로 띄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다른 유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같은 조건인데 내가 계약한 금액보다 100만 원이 싼 비용을 제시한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내가 계약한 유학원은 필리핀 왕복 항공권을 제공하겠다는 것만 다를 뿐. 당시 항공권 가격이 30만 원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