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살 '묘르신' 턱시도 까망이(맨 오른쪽),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모카와 라떼, 올블랙 초코 고양이 네 마리는 내 반려동물 가족이다.
장은미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만 '집사'가 되길
손금주(47·무소속) 국회의원이 지난달 25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6년 간 버려진 반려동물이 약 52만 마리라고 한다. 손 의원은 "여름휴가와 명절연휴 등에 장기간 집을 비우면서 몸집이 크거나 나이가 들었다고, 혹은 병치레를 한다고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숫자는 보호소에 등록된 사례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구조된 유기동물은 8만9700마리인데, 이 중 45% 가량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죽거나 안락사 당했다.
반려인들 사이에 '히끄집사'로 유명한 이신아(32)씨는 최근 <한겨레> 칼럼에서 "내가 사는 제주도에선 휴가철이 지나면 유기견이 많아진다"며 "이 개들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에게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외치고 싶다"고 썼다. 길고양이를 보호하다 가족으로 삼은 나도 이 '아이들'을 버린 이들에게 외치고 싶다. 당신들은 고양이를 키우면 안 된다고.
우리 사회는 동물을 너무 쉽게 사고 팔고 버린다. 몇 년 전 한 TV예능에서 덩치 큰 개 '상근이'가 인기를 끌자 대형견이 유행처럼 팔렸다가 많이 버려진 일도 있었다. 반려동물은 생각처럼 애교스럽지 않을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흔히 '집사'라고 하는데, '자기가 주인인 줄 아는' 고양이의 태도를 익살스럽게 반영한 것이다.
애교를 부리다가도 예민하고 까칠하게 구는 고양이에게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니 정말 신중하게 입양하고, 한번 데려갔으면 끝까지 돌보는 책임감을 보여주길 바란다. 동시에 사회적으로 동물판매업을 규제하고 '생명'의 무게감에 걸맞은 입양절차를 마련하면 좋겠다. 독일의 동물보호소는 희망자가 여러 번 방문해서 가족구성, 주거환경 등 질문에 세세하게 답하고 조건을 충족해야 입양을 허용하다고 한다.
사랑하던 반려동물과 영원히 이별하는 순간, 사람들은 더 잘 보살펴주지 못한 회한 등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런 '펫로스(petloss)'의 슬픔 속에서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수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 노래 가사처럼 생명과 생명이 교감하는 행복을 알기에 까망이, 라떼, 모카, 초코를 향한 나의 사랑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걸 알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