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나자 국방부는 8월 30일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적에게 동조할 가능성이 있는 자’를 검거하여 총살하라는 문서를 내렸으나 문형순 성산포 경찰서장은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라고 문서에 서명한 후 학살을 거부하였다.
제주4.3평화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백범기념관에서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을 진행하면서 국방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고 문형순 서장에게 "경찰 영웅"증서를 추서하였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경찰, 따뜻한 인권경찰, 믿음직한 민생경찰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길 바란다며 애국안민의 정신으로 경찰상을 바로 세우는 것을 제시하였다.
고 문형순 서장의 정의로운 행동에 대해 늦었지만 "경찰 영웅"증서를 수여를 함에 큰 박수를 보내며 흉상 제막을 계기로 대한민국 경찰이 공권력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70여 년 전 제주 4.3항쟁 당시 제주에는 문형순 서장외에도 경찰청장과 여러 경찰서장들이 있었다. 문현순 서장의 부당한 명령 불이행은 역설적으로 다른 경찰서장들은 부당한 명령을 집행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부당한 명령을 집행한 이들 중 일부는 정부로부터 훈장 등 서훈(敍勳)까지 받았다고 하는데 이번을 계기로 지난 70여 년 전 부당한 명령을 내리고, 부당한 명령을 이행한 경찰 간부들을 낱낱이 조사하여 밝히는 것이 경찰영웅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그리고 부당한 명령을 이행하여 정부로부터 받은 경찰들의 서훈도 취소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경찰의 경종(警鐘)이 될 수 있으며, 당시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여 고통을 당한 여러 경찰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길일 것이다. 그래야 고 문형순 서장이 15만 경찰의 정신적 토양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역사의 정의가 바로 설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지난 해 강북구청(구청장 박겸수)은 4·3당시 부당한 명령을 내리고 제주도민들을 집단 학살한 책임자인 조병옥 경무부장을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16인에 포함하여 흉상을 건립하려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자와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등 제주도민들의 항의를 받고 올해 1월에 흉상 제막 건립을 철회하였다.
4·3항쟁은 기미독립투쟁 기념 28돐 기념식(1947년 3월 1일)을 구경하던 주민들이 경찰의 발포로 6명이 희생된 사건을 시작으로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된 54년 9월까지 7년 7개월 동안 많은 도민들의 희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으나 경찰은 4·3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4·3당시 제주도민들은 사법부의 재판도 없이 대규모 집단 학살을 당하였고, 경찰은 그 최일선에서 학살 만행을 자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경찰 책임자들은 제주에 와서 공개적으로 평화공원을 방문하여 헌화하거나 유족들에게 사과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나마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 공권력의 잘못으로 제주도민이 희생되었음을 사과" 한 후 2005년 경찰정창(허준영)이 제주경찰청 방문 시 평화공원을 조용히 방문한 것이 전부다.
문형수 서장 흉상 제막식에서 이상철 제주지방경찰청장은 추모식사를 통해 고 문형순 서장이 "불굴의 신념과 용기로 경찰의 존재이유를 지켜 내었다"라고 하면서도 부당한 명령을 충실히 집행하여 제주도민을 야만적으로 학살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는커녕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경찰영웅 고 문형순 서장의 흉상 제막식을 계기로 70여 년 전 경찰이 제주에서 자행한 학살에 대해 대한민국 경찰 수뇌부의 사과와 함께 학살 책임자 공개를 통해 정의를 회복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번을 계기로 경찰의 날도 변화가 있길 기대해 본다.
경찰이 매년 기념식을 거행하는 경찰의 날은 1945년 10월 21일 미군정청 산하에 경무국이 창설된 것을 기념하여 '국립경찰창설일'로 지정하면서부터다. 당시 미군정 시기 경찰들의 많은 수가 일본제국주의 시절에 일본에 협력한 반민족행위자(친일파)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공권력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를 위해 공권력을 남용한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치욕적인 날을 기념하는 것이 적절한지 깊은 반성을 하여 많은 경찰 영웅들을 찾아 경찰의 명예를 회복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