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정문에서 외출을 위해 인적사항 기재 모습
신한범
나는 함께 외출할 동료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에 첫 금요일 저녁을 연수원 도서관에서 보냈다. 책을 펼쳐도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불타는 금요일 밤에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다는 것이 서글펐다.
더구나 그날은 나의 생일이었다. 결혼 이후 생일을 혼자 보내기는 처음이었다. SNS로 식구들에게 축하받았지만 뭔가 빠진 듯한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연수생들에게 사연을 밝히지 않고 아이스크림 하나씩 돌리는 것으로 생일을 자축했다.
필리핀 바기오에서 맞는 첫 주말. 눈을 뜨니 켜켜이 쌓여 있는 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과 산 사이에 깔린 짙은 안개의 틈을 비집고 아침의 태양이 떠올랐다. 햇살이 퍼지면 세상은 온기가 돌며 깨어난다. 해발 1500미터 바기오에서 맞는 일출은 히말라야를 생각나게 했다. 히말라야에서 밤새 침낭에 웅크리고 누워 추위에 떨면서 맞는 아침은 환희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