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시민연대 경남은 11월 12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찬성한다며 체벌 거부를 선언했다.
윤성효
"체벌금지와 학생존중이 보장되는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적극 지지한다."
학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체벌거부를 선언했다. '어린이책시민연대 경남'(대표 이미영) 회원들이 경남학생인권조례안에 찬성하면서 체벌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어린이책시민연대 경남'은 11월 12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10월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입법예고했고, 이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책시민연대가 찬성하고 나선 것이다.
학부모들은 "체벌근절을 위한 약속에 함께 해주세요"라며 "나는 앞으로 체벌을 하지 않을 것"과 "나는 체벌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한다면 제지하거나 신고할 것"을 약속했다.
이미영 대표는 "체벌은 폭력이다. 체벌로는 교육이 되지 않는다. 체벌에 무감각하게 아이들이 자라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다"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며 아무 것도 경험하지 못하게 한다면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린이 청소년도 시민이다"고 말했다.
이창순 회원(울산)은 "'빼앗지 마세요'와 '때리지 마세요'는 어린이들이 하는 말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자기가 입을 옷도 하나 결정하지 못한다. 어른들은 '너를 사랑해서'라고 하지만 '가만히 있고 시키는대로'만 하라는 것이다. 청소년 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과 울산에서는 아직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경남에서 만들어지면 이들 지역에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 본다"며 "어른들이 시혜하듯 권리를 주는 게 아니라, 청소년도 인권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했다.
한점순(통영)씨는 '체벌 경험 고백'을 통해 "27년 전 머리카락이 길다고 막대기로 머리를 들추고 교실까지 오리걸음으로 벌을 받았다"며 "그래서 짧게 머리카락을 자르고 갔더니 선생님한테 반항하느냐고 더 심한 체벌을 받았다. 그 때 제가 가진 체벌에 대한 기억과 감정은 공포, 두려움, 억울함, 모욕감, 미움, 부끄러움, 죄책감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그는 "체벌은 청소년에 대한 폭력이다. 맞아야만 하는 사람은 없다. 체벌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맞아야 하는 사람에게도 때려야 하는 교사에게도 폭력이다. 체벌을 없애는 것은 청소년인권 보장을 위한 한걸음이다"고 했다.
"나 한점순은 체벌을 거부한다"고 한 그는 "어린이책시민연대 회활동을 통해, 어린이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나와 어린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내가 겪은 것과 내가 행한 것이 체벌이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며 "그 인지와 함께 인권감수성이 키워지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며 또 어떻게 살아야하나 라는 고민을 해보는 길에서 이 체벌거부선언을 만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폭력은 나에게도 내면화되고 순환되고 있었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회초리를 찾아오라' 하고 '니가 뭘 잘 못했는지 말해 보라'고 '몇대 맞아야 되겠는지 결정하라'고 하는 것이 스스로 반성할 기회를 주는 현명한 엄마의 훈육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울면서 '엄마, 무섭고 밉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사랑해서, 잘 되라고 그랬다'고 달랬다. 사랑하면 때려도 괜찮다고, 폭력도 사랑이라고.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폭력이고 가장 약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학대였다. 너무나 부끄러웠고 아이에게 사과를 했지만 지금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점순씨는 "체벌은 훈육이 아니다. 체벌은 교육이 아니다. 체벌은 사랑이 아니다. 나는 체벌을 가한 경험과 기억을 되새기고 깊이 반성한다. 또 체벌 받은 경험과 기억, 그때의 감정을 잊지 않고, 앞으로 체벌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엘레너어 루스벨트는 작은 곳,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보편적 인권은 시작된다고 했다. 체벌거부선언은 나와 아들의 인권을 지키려는 노력의 작은 시작의 약속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