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의 속옷이 증거로 제시된 아일랜드 성폭행 피해 재판을 보도하는 영국 BBC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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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성폭행 재판에서 가해자 측 변호인이 피해 여성이 입고 있던 속옷을 증거로 들어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전 세계 여성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14일(현지시각)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일랜드에서 17세 여성 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7세 남성은 강제가 아닌 여성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 남성의 변호인은 지난 6일 재판에서 당시 피해 여성이 입고 있던 속옷을 증거물로 제시하며 "여성이 어떤 차림이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라며 "여성은 앞면이 레이스로 된 끈 팬티를 입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성폭력 책임 피해자에게 뒤집어씌우는 관행"
피해 여성이 입고 있던 속옷 모양을 근거로 '성관계에 합의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배심원단은 이날 남성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아일랜드 여성들은 변호인의 주장과 재판 결과에 항의하며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주도한 여성단체는 "우리가 무엇을 입든, 어디를 가든, '예'(Yes)는 '예'를 의미하고 '아니오'(No)는 '아니오'를 의미한다"라며 "성폭력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 뒤집어씌우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루스 코핀저 아일랜드 하원의원은 지난 13일 의회에 출석해 레이스가 달린 속옷을 꺼내 들면서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 여성에게 돌리는 법원과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꾸기 위한 의무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전 세계 여성들이 #이것은동의가아니다'(#ThisIsNotConsent)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끈 팬티 사진을 올리며 속옷을 성관계 합의 증거로 제시한 주장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