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오는 게 무섭다" '유치원 무단폐원 119' 출범

사립유치원 '무단폐원' 움직임에 학부모·교사, 공동대응 나선다

등록 2018.11.23 14:24수정 2018.11.2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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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3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끝난 자리에 공공성강화 법안 통과 시 유치원 운영 희망을 조사하는 설문조사에 '폐원하고 싶다'가 앞도적으로 많이 투표되어 있다. '공공형 유치원을 운영하고 싶다'에는 단 한표가 투표되어 있었다.
지난 10월 3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끝난 자리에 공공성강화 법안 통과 시 유치원 운영 희망을 조사하는 설문조사에 '폐원하고 싶다'가 앞도적으로 많이 투표되어 있다. '공공형 유치원을 운영하고 싶다'에는 단 한표가 투표되어 있었다.이희훈

"방학이 끝나면 당장 3월부터 새학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러면 저희들은 갈 곳이 없다. 회사를 그만두거나 양가 부모님한테 맡겨야 하는데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정부와 국회에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6살짜리 아이를 둔 엄마 도유진씨는 답답함을 토로하며 말했다. 도씨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폐원 준비가 한창이다. 도씨는 "폐원신청서를 내기 위해선 정부 지원금을 받는 통장 잔고가 0원이 돼야 한다고 하더라"라며 "예전에는 (원장님이) 아이들 교구 하나 사는 것도 눈치줬다는데 요즘에는 매일 새로운 물건들이 배달오고 있다고 한다"라고 했다. 곧 있으면 방학에 들어가지만 내년 3월 정상적으로 유치원이 문을 열지 알 수 없다.

폐원하는 사립유치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지난 22일에서야 정상화돼,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 등 논의가 더딘 상태다. '유치원 폐원'을 눈앞에 둔 학부모들이 답답한 마음에 팔을 걷어붙였다. 학부모·교사로 구성된 '유치원 무단폐원119(이하 유치원 119)'를 23일 출범해 무단 폐원을 하는 사립유치원들에 대해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폐원 의사를 밝힌 사립유치원은 70여 개다. (관련 기사 : 사립유치원 폐원 평년 수준? 학부모는 불안하다) 현행법상 운영 악화, 건강 등 신변상 이유로 폐원을 하려는 유치원장은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무단 폐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이에 대해 도씨는 "형사조치만 있을 뿐, 교육부에서 운영을 강제 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라며 "폐원되면 끝인 것이다"라고 했다.

도씨는 "원생 100명 이하의 소규모 유치원들이 폐교를 많이 하고 있다"라며 "그런데도 워낙 소수여서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고 정부에서도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씨는 "오죽 답답하면 우리가 나서겠느냐"라면서 "3월이 오는 게 무섭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라고 했다.

유치원 119를 통해 이들은 무단폐원으로 발생한 피해사례와 교육기관의 미흡한 대처 등을 모으는 한편 무단폐원을 막은 선례를 공유해 문제 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사립유치원의 대안으로 꼽히는 '부모협동형 유치원' 설립 움직임을 확산시킨다는 입장이다.

부모협동형 유치원은 학부모가 직접 유치원 설립과 운영 전반에 참여하는 것으로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다. 당초 유치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유치원 시설과 토지를 소유해야 했다. 협동형 유치원 설립이 어려웠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부모와 교사가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하려고 할 경우 정부․공공기관 등의 시설을 임대하는 방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 '시위는 처음'이라는 부모들 "우린 준비됐다, 하남시 응답하라")


유치원 119의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손익찬 변호사는 "유치원을 설립하려면 토지와 건물을 소유해야만 했다"라며 "지역 유지만이 설립자가 될 수 있어 공급이 통제됐고 공급자 단체인 한유총이 갑이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손 변호사는 이어 "한유총이 아이들과 학부모를 인질로 잡아 역대 정권은 한유총과의 싸움에서 패배했다"라며 "범정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시설 임대 등 해결책에 나서 '교육 난민'이 될 지경인 아이들을 구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오는 24일 오후 3시 경기 하남시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유치원 119 #사립유치원 폐원 #무단 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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