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수의 큰 줄기 가운데 하나는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참여사회
정치권의 이권 불리기 수단으로 전락한 '비즈니스프렌들리' 전략
앞에 쓴 것처럼 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 보수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보수정치를 이어온 두 번째 흐름은 박정희주의의 반대편에서 자라났다. 경제정책으로 보면 박정희 정권 말기에 소위 안정화시책을 건의하며 중화학공업의 과잉 중복투자 문제를 지적한 시장주의자들, 정치로 보면 3당 합당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따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앞서의 박정희주의와는 달리 국가 주도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시장원리를 강조한다거나 민주화 운동 경력을 들먹이며 스스로를 세련되게 포장하는 지혜(?)를 발휘해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맹아가 전두환 정권에서 박정희식 경제정책에 대한 반동형성으로 싹텄다는 점을 볼 때, 이들은 민주화와 시장원리 사이의 가교를 자처한 것이라기보다는 군사독재의 후신들에게 굴복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이들이 만든 이명박 정권은 정치개혁을 중시한 참여정부가 경제를 소홀히 했다는 대중적 믿음을 자양분으로 해서 탄생했다. 대의명분이란 실현되지 않을 이상에 불과하고 오직 분명한 것은 이해관계뿐이라는 시장적 믿음이 정치적 결실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경제적 조건을 개선해줄 수 있다는 기대와는 달리 이명박 정권은 시작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에 대한 반발에 부딪혀 편집증적 성격을 갖게 되었고 정치보복을 자행하는데 몰두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을 야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국민 경제의 발전이 아니라 정치권력을 사유화 해 자신의 이권을 불리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만행이 박정희식 국가주의의 '공적 속성'을 돋보이게 해 박근혜 정권 탄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이들은 생존을 위해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며 탄핵에 찬성한 후 조직 분리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옹립을 시도했다. 그러나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낙마하고 애초 상정한 정치 일정이 모두 틀어지면서 오늘날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라는 어정쩡한 분점구도가 형성됐다. 원래 시장주의적 믿음을 바탕으로 보수정치를 지지했던 이들의 상당수는 무당파로 돌아선 채 현실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최근 암호화폐 투자 문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 부동산 정책, 수능 정시 확대 요구 등에서 드러난 정책적 반발의 뿌리가 시장주의를 바탕에 둔 보수주의적 현실인식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반발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는 '공정성'인데, 이것의 정확한 의미는 "이득을 볼 기회를 부당한 이유로 빼앗기고만 있을 수 없다"는 문장으로 표현 가능하다. 앞서 서술한 "이상보다는 이해관계가 중요하다"란 세계관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치안불안과 보수기독교의 이슬람 혐오 논리와 만나 배외주의로 표출된 것이 난민 논란이다.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면서 남에게 이익을 빼앗기지 않는 체제를 만들어 줄 것을 주문하는 이 여론이야 말로 앞서 한국식 보수주의의 두 흐름을 종합하는 하나의 시대정신이다. 이 세계관이 살아있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과거와 같은 형식의 보수정치는 다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것은 개혁적 여당의 얼굴을 하고 나타날지도 모른다. 좀 더 나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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