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웅
11년 전 12월 8일 새벽 2시경 만리포 해변은 유난히 밝은 보름달이 해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바닷물이 하얗게 부셔지는 모래사장에 검은 악마와도 같은 기름덩어리가 밀려와 그 일대를 깜깜하게 만든 건 순식간이었다. 기름덩어리가 마치 나를 삼키려는 듯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은 사십 평생 처음이었다. 그날 뒷걸음치며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느낀 공포감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았다.
당시 허베이 원유유출사고의 상징과도 같았던 만리포 해변은 사고 이전보다 더욱 깨끗한 해수욕장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11년이라는 세월보다는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봉사활동 덕분이다.
더욱이 사고 전에는 여름 한 철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전부였다면 지금 만리포 해변은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 됐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떠오르는 서핑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