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지난 6월 편취 금액을 송금한 뒤 은행을 나서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
콜센터가 피해자를 '낚는' 데 온 힘을 쏟는다면, 최종적으로 피해자의 돈을 거둬들이는 역할은 현금인출팀이 맡는다. 과거엔 대체로 한 조직이 콜센터와 현금인출팀을 모두 거느렸지만, 최근엔 현금인출팀을 외주업체로 따로 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분업화가 이뤄진 것이다. 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현금인출팀의 검거율이 높기 때문에 현금인출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에 외주를 맡겨 위험요소를 줄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하나의 현금인출팀이 여러 콜센터의 일을 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편취한 돈을 직접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다만 현금인출팀의 간부급 중간책은 검거를 피해 해외에서 지시만 내리는 경우도 있다.
현금인출팀 역시 '고수익 알바'라는 광고를 보고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이들 조직원은 대포통장에 이체된 피해자의 돈을 인출하거나, 직접 피해자를 대면해 돈을 편취한다. 피해자 집이나 물품보관소에 돈을 두게 한 다음 그 돈을 수거해 오는 경우도 있다. 가장 말단에서 현장을 다니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범죄로 검거되는 이들 중 상당수가 현금인출팀이다.
하지만 이들을 검거한다고 해서 조직 전체를 소탕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말단 조직원이 소통하는 사람은 대부분 상위 지시자 한 명뿐이다. 현금인출팀끼리도 서로 알지 못하는 구조라 이들은 조직과 관련된 정보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 더구나 최근엔 신원 조회가 쉽지 않은 외국인을 현금인출팀으로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많은 지원팀] 070→010 조작부터 해킹앱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의 방대함은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콜센터와 현금인출팀은 수월히 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수많은 지원팀의 도움을 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게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공급하는 팀이다. 대포폰과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가장 기본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범죄 수단이기 때문에 조직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최근엔 국내에 머물며 전화번호 앞자리를 조작하는 팀도 생겼다. 콜센터의 경우 해외에서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070'으로 번호가 시작되는데, 이 번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자 이를 '010' 혹은 '02'로 바꾸는 전담팀이 생긴 것이다. 이들은 유심을 수백 개를 꽂을 수 있는 중계기를 이용해 해외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 피해자의 눈을 흐린다.
해킹앱을 휴대폰에 깔도록 요구하는 게 요즘 보이스피싱 범죄의 트렌드인데, 이 앱을 지원하는 팀도 존재한다. 앱의 기능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전화 수신처를 바꿔버리는 기능이다. 앱을 설치할 경우 피해자가 실제로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등에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 콜센터로 연결돼 버리는 것이다. 이 전화를 받은 콜센터에서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직원인 것처럼 응대해 버리면 피해자는 완전히 보이스피싱이란 의심을 거둬 버린다.
이는 홈페이지 접속 과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검찰청 사칭 보이스피싱을 의심해 검찰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해킹앱 때문에 조작된 검찰청 홈페이지로 연결돼 버리는 것이다. 실제 홈페이지인 줄 알고 접속한 조작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이름이 담긴 사건이 검색되면 피해자가 속을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생명력이 질긴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