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 본사 정문앞에 각계의 추도 현수막 사이로 서부발전 명의 사과 펼침막이 걸려있다.
신문웅
한국서부발전(주)가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숨진 지 5일 만에 '임직원 일동' 이름으로 대국민사과문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 7시에 기자들에게 사과문 이메일을 보낸 데다 사과 내용과 대책마저 부실해 '속빈 강정 같은 사과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서부발전(주)(아래 서부발전)은 16일 오후 7시 서부발전 출입기자단에게 사과문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서부발전은 사과문에서 "전 임직원은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故) 김용균님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참사를 계기로 모든 사업장이 가장 안전한 현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환골탈태의 자세로 매진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사과문은 이와 함께 ▲신속하고 철저한 사고 진상규명과 조사 협조, 결과에 대한 책임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점검 전 사업장으로 확대 및 개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행에 최선 ▲유가족과 동료직원의 치유를 위한 지원 등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아래 시민대책위)는 이날 '한국서부발전, 잘못부터 인정하라' 제목의 논평을 내고 요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사장도, 회사 명의도 아닌 '임직원 일동'으로 나온 이 글은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은 데다 출입처 기자들 메일로만 전송됐다"며 "사과는 피해자에게 직접 하는 것이 기본인데 방법부터 틀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사과문은 한국서부발전(주)과 태안화력 홈페이지에서는 찾아 볼수 없다. '언론용 사과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대책위는 또 "딱 열 문장으로 구성된 사과문에서 자신의 잘못은 한 가지도 밝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시민대책위는 특히 "사고 전, 서부발전은 비용 3억 원을 이유로 28차례에 걸친 설비개선 요구를 묵살했고. 사고 이후에는 거짓 진술, 사고시간 조작 의혹, 작업중지 명령에도 재개 지시, 노동자들에 대한 협박 등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인의 부모님의 던진 '당신 자식이었어도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일하게 했겠냐'라는 질문부터 답하라"며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자 처벌, 실직적인 대책을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