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시집오자마자 새벽같이 일어나 시동생들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고, 그 생활이 끝날 때쯤 되니 당신 자식들의 도시락을 새벽부터 준비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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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그다지 살가운 성격이 아니었다. 태생이 시골 분이신지라 여간 부지런하신 게 아니었음은 물론, 항상 규칙적으로 생활하셨고, 엄마는 그런 할머니의 생활 패턴과 습관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들은 다들 그랬으니까. 아니, 그래야만 했으니까.
거기에 시집오자마자 새벽같이 일어나 시동생들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고, 그 생활이 끝날 때쯤 되니 당신 자식들의 도시락을 새벽부터 준비해야만 했다.
할머니와 함께 살던 시절,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었다. 할머니 방은 연탄 아궁이로 방을 데우는 방식이었던 터라, 겨울만 되면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연탄을 갈고 다시 주무시는 피곤함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어디 그뿐이랴.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고부관계 때문에 이런저런 잔소리를 혼자 감당하시느라 결국엔 그 스트레스로 위장병까지 생긴 것이었다.
엄마의 한숨은 누가 들어줬을까
얼마 전, 전 직장 후배들과 만났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 생고기 무한리필 집에 갔다. 무한 리필식당은 대부분이 그렇듯 우리가 간 곳도 셀프 서비스였다. 우리는 일단 자리를 잡고 고기를 가지러 간 사람, 반찬을 가지러 간 사람, 남아서 수저를 놓는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나뉘어 분주하게 먹을 준비를 했다. 잠시 후 주문한 술과 음료와 함께 숯불이 나왔다. 우리는 고기를 올려 구우며,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의 주제는 온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한 불만과 그 불만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어찌 보면 어느 술자리에서나 있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평범한 얘기라고 치부할 수 없는, 무겁고 진지한 얘기들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본인의 고민이, 본인이 당면한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니까. 주변에서 봤을 때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혹은 하찮아 보이는 것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그런 것들이 현재 가장 큰 고민이고 풀어야 할 숙제이며 헤쳐나가야 할 큰 난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