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서도 고 김용균씨 추모제... "농사 짓다 화나서 나왔다"

천안 야우리 공원, 홍성역 등에서 분향 및 추모 행사 열려

등록 2018.12.21 09:34수정 2018.12.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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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촛불을 켠 홍성 주민들이 고 김용균씨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다시 촛불을 켠 홍성 주민들이 고 김용균씨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이재환
 
 
 촛불을 밝히고 있는 홍성 주민들.
촛불을 밝히고 있는 홍성 주민들. 이재환
 
세월호 사건과 구의역 사고,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씨 사건까지 모두 실타래처럼 연결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세 사건 모두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세 사건은 우리 사회가 오작동 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오작동의 공범인지도 모른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불편해도 좋으니 지하철을 잠시 멈추고 작업하라',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멈춰 놓고 일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빨리 빨리'를 외치며 배달을 재촉하는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비록 느리더라도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외침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남 전역에서는 고 김용균 노동자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후 1시. 충남 천안시 야우리 공원에는 고 김용균 노농자의 분향소가 설치됐다. 같은 날 저녁 7시. 홍성군 홍성역에서는 고 김용균 노동자를 위한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문화제는 세월호희생자 추모문화제를 겸해 이루어졌다. 추모제는 고 김용균 노동자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거리의 춤꾼' 윤해경(홍성문화연대)씨의 춤사위와 조성신씨의 통기타 연주도 곁들여 졌다.

민성기 홍성문화연대 대표는 "고 김용균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세월호에 대한 진실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고 김용균 노동자에 대한 추모와 함께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홍성 주민들은 세월사건 초기인 지난 2014년 5월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세월호희생자를 추모해 오고 있다. 홍성문화연대와 촛불지기들은 이날 홍성역을 오가는 주민들에게 노란색 세월호리본을 나눠주었다. 홍동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류승아 씨는 자유발언을 통해 사고로 숨진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제가 마이크를 잡은 것은 분노의 힘"
 
 발언하고 있는 류승아씨
발언하고 있는 류승아씨 이재환
  
"저는 홍동에 사는 류승아입니다. 농사지으며 평범하게 사는 저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게 만든 것은 아마도 분노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화나지 않으십니까. 사고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울컥 눈물이 쏟아졌지만 그것은 슬퍼서 나는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왜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소중한 생명이 꺼져가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어서 화가 났습니다. 벼락을 맞은 것도 아니고 폭우에 휩쓸린 것도 아닌데 돈을 벌려고 들어간 직장에서 한마다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노동자가 죽어가야 하는지 누가 제가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중략)

김용균님 유품 사진을 여러분도 보셨을 겁니다. 평소 작업 지시가 언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된 밥을 먹을 여유도 없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합니다. 유품을 보고 다들 떠올리셨겠지요. 벌써 2년반 전의 일이 되었네요.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 수리 중 전동차에 치여 돌아가신 노동자의 사고 소식에 우리는 얼마나 가슴 아파 했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2년 반이란 긴 시간이 지난 지금도 너무도 닮은 사고를 보며 또 다시 아파만 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아야 합니까? 우리는 따뜻한 집에서 맛있는 밥 먹으며 안전하게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의 죽음은 그저 흔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스쳐 보내도 되는 것입니까."


류승아씨의 지적처럼 그 어느 누구도 죽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 될 때마다 국민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이유는 그들의 희생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거리의 춤꾼' 홍성문화연대 윤해경씨가 춤 추는 모습
'거리의 춤꾼' 홍성문화연대 윤해경씨가 춤 추는 모습 류승아
 
 조성신씨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있다.
조성신씨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있다. 이재환
#홍성세월호 촛불 #홍성촛불 #류승아 #윤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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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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