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어쩌면 섹스와 강간의 개념조차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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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때는 아직 스마트폰 메신저가 그렇게 활성화된 시기가 아니었다. 메신저가 활성화된 시기에 나는 학원을 같이 다니는 남학생들의 채팅방(이하 남톡방)에 있었다. 남톡방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으나, 가장 주된 이야기 중 하나는 명백히 '여자 얘기'였다.
소개팅을 해 주겠다며 여성 지인의 사진을 올리거나, 예쁘다며 여성 연예인 사진을 올리거나, 아무 맥락 없이 여성의 살이 많이 드러난 (혹은 여성의 신체가 가슴이나 엉덩이, 다리로 파편화된)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많았다.
첫 번째 경우는 제재되기도 하였으나 나머지 경우는 사진을 업로드한 사람이 "좋은 친구"라고 불렸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이길현의 논문2)을 인용하며, 디시인사이드에서 게시물에 아무 맥락 없이 첨부된 포르노 수준의 사진들을 '여성의 교환'으로 해석한다.3)
실제 여성을 교환할 수 없게 된 이들이 "여성에 대한 포르노 이미지를 교환"함으로써 마치 자신들이 여성을 소유하여 남성성을 보증받는 것과 비슷한 감각을 느끼고 형제애를 다진다는 것이다. 이는 디시 인사이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남성들이 모여 있고 사진 전송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벌어지는 일이었던 것이다.
1)권김현영, 「성폭력 2차 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의 문제」, 권김현영 외 4인,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교양인, 2018
2)이길현, "우리는 디시 인사이드-사이버 공간에서의 증여, 전쟁, 권력",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석사논문, 2010.
3)엄기호, 「보편성의 정치와 한국의 남성성」, 권김현영 외 5인,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교양인, 2018.
'여성 공유'로 끈끈한 형제애 유지하려는 욕구
그래서 나에게 일베 '여친 인증' 사건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여성이 포르노 이미지나 사진으로 대체되는 것은 남성이 여성을 오직 성적인 의미가 부여된 '여성성 기호'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여자친구가 있으면 '위너'가 되는 남성 동성 사회에서 평등한 형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성들은 자신의 여자친구까지도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남성들에게 중요한 건 남성들과의 관계이지 여성이 아니다.
'섹스'가 중요한 것도 쾌락 때문이 아니다. 여성을 성적으로 지배함으로써 남성들 사이에서 '진짜 남자'로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평등하고 끈끈한 형제애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남성성을 담보해 주는 도구로서의 여성성 기호로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에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삼일한'처럼 인터넷 유행어로 소비될 수 있고, 그렇게나 많은 데이트 폭력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데이트 폭력, 특히 그 중 성폭력에는 성관계 중 몰래 콘돔을 빼는 행위인 '스텔싱'도 포함되는데, J. Pulerwitz에 따르면 콘돔 사용률의 저하는 관계적 권력의 실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4)
한국의 피임 실천율이 절반에 못 미치고, 그중에서 콘돔 사용은 30%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를 시사한다.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