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함공원번함공원 모습
신한범
나들이 파트너는 연수생이 아니라 어학원 선생님. 나의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에게 동행을 부탁하면 대부분 기꺼이 응해 준다. 함께 공원을 걷고 산을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할 수 있으니 나에게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어학원에서는 수줍음 때문에 또는 자신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 문법도 어휘도 맞지 않은 나의 영어에 친절하게 답해주는 그들의 마음이 아름답다.
바기오의 랜드마크인 번함공원으로 향했다. 평지가 없는 바기오에서 시내 중심부에 넓은 녹지대를 가진 공원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을 설계한 번함(Burnham)이 공원 설계를 하였으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번함공원이라고 불린다.
번함공원은 호수를 중심으로 오래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식민지 시대를 떠올리는 건축물이 공원 주위에 있어 서구적인 내음이 풍긴다. 공원에는 놀이시설, 휴식처, 도서관 등이 있어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코리안 드림
선생님들은 경제적인 문제 아니면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다. 산업 시설이 미약한 필리핀에서 길거리에 붙어 있는 광고 대부분은 우리나라 공장 노동자를 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SNS를 통해 봐서도 우리나라 드라마와 아이돌에 심취되어 있었다.
"4촌이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 이층집을 새로 지었어요."
"한 번은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어요."
"홍콩과 중동 지역에 많이 가지만 돈을 많이 못 벌어요."
이런 그들에게 "한국은 인종차별이 심해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은 무척 힘들어해요"라는 나의 말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어학원에 온 많은 우리나라 연수생들은 호주나 캐나다에 가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를 꿈꾸고 있는데 우리를 가르치는 필리핀 선생님들은 우리나라를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