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괴롭힘'의 근원을 따져본다

[서평]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등록 2019.02.27 21:24수정 2019.02.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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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나카노 노부코 지음, 김해용 옮김, 오찬호 해제, 동양북스(2018), 12500원 ⓒ 박효정

  
책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의 저자 나카노 노부코는 뇌과학자, 의학박사, 인지과학자다. 뇌와 심리학을 주제로 연구와 집필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과학의 관점으로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인물을 해독하는 솜씨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학교폭력과 같은 집단 괴롭힘이 일어나는 이유를 뇌과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인간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이유, 어떤 성격의 집단에서 이런 괴롭힘이 더 많이 생기게 되는지를 분석하고 '어린이의 집단 괴롭힘'과 '어른의 집단 괴롭힘'에 대한 각각의 대응책을 생각해 본다. 작가가 대중을 상대로 쉽게 강의하는 식으로 쓰여 있어 읽기 어렵지 않다.
 
"인간의 집단에서 배제나 제제 행동이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거기에 뭔가 필요성과 쾌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집단 괴롭힘을 막고자 한다면 '집단 괴롭힘을 막지 못하는 이유는 가해자도 어쩔 수 없을 만큼 즐겁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 19쪽

책의 초반부터 집단 괴롭힘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충격적이었다. 남을 괴롭히는 데에서 느끼는 쾌락이라니.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나는 이제껏 집단 폭력의 가해자는 뇌나 마음의 어딘가가 고장 나버린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어딘가 고장나버린 사람들이 많아지는 걸까'라는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는 집단을 이뤄야 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생존을 위해서는 집단에 방해가 되는 사람을 제재하고, 배제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므로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집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 즉 무임승차할 것 같은 사람을 간파하는 '배신자 색출 기능'이 뇌에 장착됐고, 이 기능으로 집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제재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어떻게 보면 동료를 지키고 사회성을 유지하는 '향사회성'의 표출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꼭 필요한 성질이지만 향사회성이 높으면 오히려 위험한 현상이 표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첫째는 배제 감정이 고조되는 현상으로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적대심과 증오를 품게 되는 현상입니다. 둘째는 제재 행동이 발동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발동하는 오작동입니다.

예를 들어 규칙을 어긴 게 아니라 그냥 몰랐을 뿐이거나, 몸이 약해서 집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까지 불필요하게 제재를 가하는 거죠. 그 정도가 지나치면 좀 건방지다는 이유로, 튀는 옷차림이라는 이유로, 눈에 띄는 외모라는 이유로 제재를 가하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바로 이것이 집단 괴롭힘이 시작되는 매커니즘입니다." - 30~32쪽

작가는 이 책에서 뇌의 호르몬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의 작동 방식을 근거로 향사회성과 집단 괴롭힘의 관계를 뇌과학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호르몬의 과다 발생으로 인한 부작용, 호르몬의 유전적인 차이로 인해 집단 괴롭힘이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어째서 친밀함이 강한 집단에서 더 많은 따돌림이 발생하게 되는지, 왜 일본인은 미국인에 비해 배신자 색출 모듈이 강하게 작동하는지, 왜 옳지 않은 행동임을 알면서도 가해자가 되는지 분석한다. 동시에 우리 사회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짚어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리고 차별과 혐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작가는 한 사회에서 집단 괴롭힘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집단 괴롭힘 중에서도 피해자가 자살까지 하게 되는 과격한 괴롭힘은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 시기는 신체적으로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하는 사춘기와 겹친다. 이러한 신체 변화에는 성호르몬이 관여하며 이 시기의 뇌는 새롭게 태어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를 겪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5~6월과 10~11월은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줄어들어 쉽게 불안과 우울함을 느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집단의 단결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회 같은 큰 행사가 있는 달이기도 하므로 위험한 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괴롭힘이 한층 잔인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도 이 시기가 특히 위험하다는 것을 어른들이 유념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피해자의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 쪽의 호르몬 변화 탓에 생긴 문제이며, 충동을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인간관계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동료 의식을 필요 이상으로 높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반 아이들의 관계가 바뀔만한 이벤트를 하는 것입니다." - 90쪽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따돌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본성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집단 괴롭힘은 뇌에 새겨진 기능이므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 없지만, 뇌를 속이거나 그 기능을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작가의 말에서 희망을 본다.

결국 문제는 쓸데없이 단결을 강조하는 집단 문화에 있는 것 아닐까. 교실에서도 직장에서도 화합, 협력, 단결을 강조해 똘똘 뭉치는 걸 좋아하니 그 안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꾸 생겨난다. 다행히 예전과 달리 집단 문화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는 잦아들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작가는 인간의 뇌 속 호르몬과 생물학적 본능이라는 렌즈를 통해 집단 괴롭힘의 메커니즘을 차갑게 분석하면서도, 피해자의 입장에 뜨겁게 공감하며 '서로서로 사이좋게' 따위의 뜬구름 잡는 말이 아닌, 보다 현실적인 대처법을 제시하고 있다. 선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에 악마의 얼굴을 숨기고 있는 인간으로 태어나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가해자의 충동을 어떻게든 억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것은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 앞에 케이크를 놓아두고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말 그대로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개미굴 앞에 설탕 단지를 두고 개미에게 먹지 말라는 것과 같을지 모릅니다. 회피책이 있다면 먹이가 눈앞에 안 보이는 것뿐이겠죠. 집단 괴롭힘이 생길 것 같으면 일단 물리적으로 멀리 떼어놓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집단 괴롭힘의 피해 학생에게는 학교 외의 장소에서 학습할 권리를 주고, 온라인 교육 등 좀 더 유연한 교육 환경을 지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근본적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게 무엇인지 재고해볼 때입니다. 재택 학습만으로는 아이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을 배울 수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것을 집단 괴롭힘을 통해 배운다면 피해 아동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때로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배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분명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데 말이죠." - 159~160쪽
 
덧붙이는 글 이 글을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 됩니다.
#우리는차별하기위해태어났다 #나카노노부코 #동양북스 #차별 #집단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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