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8일 북미의 만남, '평화로운 삶'로 귀결되길

막 오른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와 전망

등록 2019.02.26 09:29수정 2019.02.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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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정상회담을 3일 앞 둔 24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 마련된 미디어 센터 국기봉에 인공기가 계양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3일 앞 둔 24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 마련된 미디어 센터 국기봉에 인공기가 계양되고 있다.이희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오늘(26일) 베트남에 도착한다. 역사적인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의 막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6월 12일 필리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정보장을 큰 틀에서 합의했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들이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2월 6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북미간의 실무협상과 관련된 보도내용을 정리하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서 핵 개발의 산실인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위한 사찰 및 검증 일정 및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대한 사찰과 실질적 폐기, 핵 프로그램 신고리스트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와 관련해서는 양국에 연락사무소 개설, 대북 제재완화와 종전선언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한 의제를 두고 효용 가치가 떨어진 낡은 시설이라며 폄하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HEU)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내는, 북한 핵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북미간의 핵 논의에서 항상 주요한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사찰과 검증이 이뤄진 적은 없다는 점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는 한반도 비핵화에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연락사무소의 개설도 대사관 설치 이전 단계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체제보장조치의 초기 조치로 꼽혀 온 사안이며 북미간 관계 정상화의 첫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의 경우도 1995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연락사무소를 개설한 뒤 그 해 대사관으로 격상되며 정식 수교가 이뤄진 바 있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이나 그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후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정세 진전의 중요한 전환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북미간 거론되는 영변 핵시설-종전선언 등 의제 의미 적지 않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했다. 사진은 평양을 출발하기 위해 전용열차에 올라타 손을 흔드는 김 위원장의 모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했다. 사진은 평양을 출발하기 위해 전용열차에 올라타 손을 흔드는 김 위원장의 모습.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를 두고 실무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5일(아래 현지시각), "나는 속도에 대해 서두를게 없다"라며 "우리는 단지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이 없기를 원한다(we just don't testing)"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또 20일에는 이번 2차 정상회담이 "마지막 만남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북한과의 실무협상이 의도대로 되지않자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동결'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난 21일,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례적으로 북미정상회담 기자단과 가진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측의 기대사항으로 비핵화에 대한 공유된 이해 증진, 핵·미사일 프로그램 등 대량살상무기(WMD) 동결, 비핵화 로드맵 등을 거론하며 "우리는 단계적 프로세스를 말하고 있지 않으며 매우 신속하고 큰 한 방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언급된 '비핵화에 대한 공유된 이해 증진'이 북한이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핵 프로그램 신고리스트 제출을 의미하고 여기에 전면적인 미사일 프로그램까지 더해진다면 이는 오히려 미국이 협상 의제를 상향 조정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미 행정부에서 상이한 입장이 표명되는 것은 협상을 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형적인 양면 전술이기도 하지만 주목할만한 점은 미 행정부의 수뇌부와 실무진이 일제히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대북 제재 완화 및 해제)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시점임을 언급하며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할 모든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전적으로 의도하는 것은 이 (대북)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것으로 좋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20일엔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라면서도 "그렇게 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이 의미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우선적 비핵화 이전에 제재 해제는 없다는 기존 미국의 태도에 중요한 변화가 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에 대한 '인센티브' 언급하는 트럼프 행정부 
 
 지난 19일(미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우주군 창설 관한 '우주정책명령 4호' 서명식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지난 19일(미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우주군 창설 관한 '우주정책명령 4호' 서명식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EPA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며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및 남북 경협사업을 제안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하루 앞선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진 종교지도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남북한 경제협력이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금강산 관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제재 해제의 선택지에 남북간 경제협력에 대한 제한 완화가 포함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검토할 이번 정상회담 성과를 좌우할 변수 중 하나는 북미 권력수뇌부가 처한 국내 정치적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중간선거를 통해 미 하원에서의 다수당 위치를 잃었으며 연초부터 멕시코 국경장벽 문제로 선택한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의회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서 불거진 러시아 스캔들 관련 특검의 수사가 마무리 됨에 따라 기소여부의 기로에 서 있기도 하며 올 해 말부터는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돌입할 예정이기도 하다. 즉,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국내의 정치적 위기를 만회할 이벤트성 소재가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 역시 비핵화 선언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작년 4월 핵·경제병진노선에서 경제중심주의 노선으로 국가전략을 변경한 뒤 군사안보적 부분에서는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채택과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등 성과가 있었으나 경제 부분에서는 의미있는 진전을 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기고문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돌이키거나 물러설 수 없는 길에 들어섰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에 비유하며 "과감하고 새로운 투쟁방식"이라 규정했다.

<로동신문>의 모든 글이 노동당 선전부의 검토와 승인을 거쳐 발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 위원장 및 당 중앙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비핵화 선언 이후 내부의 불만 요인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특히, 내년이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이며 북한이 주력해 온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마무리 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 역시 내부 불만 요인을 억제하기 위한 가시적 경제적 성과가 절실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정치적 성과 목 말라 하는 북미 수뇌부, 극적 합의 가능성

북미 양측이 모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성과에 목 말라 있다는 점은 협상의 극적인 합의를 기대할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개되기 시작한 한반도 평화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며칠 전,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 센터장을 지낸 앤드루 김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비핵화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그리고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이고 평생을 살아가길 원하지 않는다."

27일부터 열릴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지속 가능한 평화로 나아갈 지를 가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궁극적 목적은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살아갈 사람들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북미 양 정상의 의미있는 합의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박석진씨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주간 뉴스레터 'watch M' 제177호에 실린 칼럼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 #트럼프 #김정은 #비핵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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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제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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