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평생 응시 금지제, 위헌 아닌가

법무장관실에서 온 답장, 그 팩트체크 ③

등록 2019.03.04 18:48수정 2019.03.0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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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학생들은 졸업년도부터 4년이 경과하면 군복무 외의 경우 변호사시험(이하 '변시')에 응시할 수 없다. 이른바 로스쿨생들 사이에서 '오탈'이라 불리는 '변시 평생응시금지제' 때문이다. 로스쿨의 설립취지 중 하나인 '고시낭인 방지'를 위해 도입된 이 제도가 문제는 없는 것인지, 변시 평시응시금지제에 대한 법무부의 입장을 팩트체크 한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변시 평생응시금지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관련한 헌법소원 제기한 뒤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이들은 어떤 시험에서 평생 응시 제한을 두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 박은선

   
- 법무부는 2018년 제7회 변호사시험까지의 '5년 5회 응시제한 대상자'수가 209명이라고 밝혔다. 위 209명에는 로스쿨 졸업자 중 질병, 출산, 생업 등을 이유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다가 5년이 경과한 이들의 수도 포함되어 있는가? 응시금지자는 정확히 몇 명인가?
[법무부 답변] "2016년 제5회 변호사시험부터 응시금지자(오탈자)가 발생하였고, 응시자의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일, 최초 시험 응시일, 병역의무 이행기간 등을 고려하면, 현재 기준 법학전문대학원 1~3기 중 응시금지자는 합계 약 441명으로 추산된다.

매년 발생하는 오탈자는 입학자 수–합격자 수의 차이 범위 내로 수렴되고, 입학자, 합격자, 중도이탈자, 결원보충제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270∼470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팩트 체크] 20일 법무부가 위와 같이 이른바 오탈자의 수에 관하여 '약 441명으로 추산된다'고 공표한 것은 사실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법무부는 그 수를 '약 2백여 명'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 '오탈누나'라는 이름의 유튜버로 유명한 탁아무개(36)씨도, "법무부가 이제껏 2백여 명으로 축소보도해 왔지만 실제는 그 수가 두 배이상임을 법무부도 시인했다"면서 "오탈자는 곧 천여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탁씨는 "법무부가 평생응시금지제 입법근거로 든 독일의 경우 변호사시험이 아닌 의사시험 판례였고, 독일이나 미국의 경우 응시제한이 있기는 하나 각 나라의 변시는 정원형선발제 아닌 절대평가로 운영되고 있고 인가 로스쿨(JD) 졸업생들의 1년 내 합격률은 90% 이상이다. 또 응시제한이 있대도 재교육과정이나 청원제 등을 두어 사실상 무한정 재응시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입법근거부터 잘못된 응시금지제는 국내의 다른 시험제도나 외국의 어떤 자격시험에도 없는 위헌적 제도인바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어떠한 자격증시험에 있어 강제적인 응시금지를 두는 것 자체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법조계의 목소리가 있는데, 법무부가 응시금지제 폐지를 추진할 계획은 없는가?
[법무부 답변]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 응시기간 및 응시횟수의 제한은 시험의 무제한 응시로 인한 국가인력 낭비,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적인 교육효과 소멸 등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2항 응시제한의 예외조항은 병역의무 이행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상 요청을 실현하면서도, 가급적 응시제한의 예외를 허용하지 아니함으로써 응시기회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문이다."

[팩트 체크] 변시 평생응시금지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대리하고 있는 류하경 변호사는, "어떤 시험에 일률적으로 응시제한을 강제하는 현행 응시금지제는 위헌'이라고 말한다. "로스쿨 졸업후부터는 아파도, 아이를 낳아도,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안된다는 것은 헌법적으로뿐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된다"는 것이 그 이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위원장인 건국대 로스쿨 한상희 교수는, "응시금지제도는 내가 고안한 것"이라면서도 "이는 변호사시험이 절대평가의 자격시험으로 운영되고, 대부분이 변호사가 될 수 있을 때 정당화되는 제도이지,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는 지금의 합격률 하에서는 위헌의 요소가 너무 많다"고 소회를 밝혔다.

- 최근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일정기간 내 출산을 한 경우에는 응시기회를 1회 더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출산자에게만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추가로 부여하는 것은, 질병, 생계유지 등을 이유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이들과의 차별은 아닌가?
[법무부 답변] "현행 변호사시험법에는 여성의 출산에 대한 배려가 없는 상황으로, 법무부는 헌법상 가치인 모성보호를 위해 시험일 전후 일정기간 내 출산으로 인해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였을 경우 응시기간(5년) 도과 후 최초로 시행되는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다만, 응시기간 제한에 대한 예외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응시기회와 관련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응시제한 규정의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어 예외사유 확장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팩트 체크] 임신과 출산으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했음에도 응시기간 도과를 이유로 변시에 더이상은 응시할 수 없게 된 김모(37세)씨는 "출산의 경우 평생응시금지의 예외를 인정하는 법무부의 개선안은 사실상 해당자가 없게끔 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므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법무부는 '교육효과의 소멸'을 근거로 드는데 그럼 출산이나 군대에서의 기간 동안에는 교육 효과의 소멸이 멈춘다는 뜻이냐, 응시기회의 형평성은 위헌조항의 폐지로부터 실현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법무부의 입법근거였던 미국의 경우, 응시제한이 있는 일부의 주에서는 3~6개월 재교육과정(remedial coursework)을 두어 재응시를 보장하고,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규정이 아닌 청원제(신고 성격의 petition)를 두어 사실상 응시기회를 자유롭게 보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약,간호,수의사 등 국내 타 자격시험에도 응시금지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무부는 제도의 취지와 그에 따른 전후관계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인권변호사인 조영래 변호사의 동상 부근에서 '변시 평생금지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관련 조항(변호사시험법 제7조)이 반인권조항임을 주장하며 긴급조치를 제기한 기자회견 장면. ⓒ 박은선


지금까지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에 관해 요청한 서면인터뷰에 관한 법무부의 답변에 대하여, <로스쿨생은 '고시생'인가>, <변호사시험은 '고시'인가>, <변시 평생응시금지제, 위헌 아닌가>로 나누어 그 내용을 살피고 팩트체크를 해보았다. 

기사를 마칠 즈음, 법학협 이석훈 의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법무부가, 로스쿨 학생들의 간절하고도 정확한 문제의식이 담긴 질문들에 '합격률은 83.1%'라고 하는 등 성의없이 지난해의 거짓말을 반복하고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곧 이에 대한 법학협 차원의 대응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또 지난 4일 발족한 현직 변호사와 예비 변호사 최초 결합 단체인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합>(http://lawschool.dothome.co.kr) 의 공동대표인 박기태 변호사는,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하지 않기 위해 법무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드시 변호사 배출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법무부 앞 1인시위, 법무부장관 면담 요청 등으로 적극 항의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그 입장을 표명했다(관련기사: 4일,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법실련)' 발족).

[법무장관실에서 온 답장, 그 팩트체크]
① 로스쿨생은 왜 '고시생'이 되었나 http://omn.kr/1hlqm
② 변호사시험은 왜 '고시'가 되었나 http://omn.kr/1hnaf
③ 변시 평생 응시 금지제, 위헌 아닌가 http://omn.kr/1hnsq
 
덧붙이는 글 기사를 작성한 박은선은 현재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합> 소속이다. 기사의 수익금은 전액 법조문턱낮추기 및 로스쿨 정상화 운동에 기부한다.
#변시 평생응시금지 #오탈 #로스쿨 #변호사시험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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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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