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클럽에서 직접 일하며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소설 <메이드 인 강남> 작가 주원규.
이희훈
- 대포폰까지 사용할 정도로 위험하다고 느꼈던 것인가.
"취재 초기에 너무 많이 얻어맞았다. 설비기사로 클럽 안에 들어가서 내부 구조를 익히려고 돌아다녔더니 허락되지 않은 공간에 왜 들어오냐며 쫓겨나기도 했다. 맞는 게 일상이었다. 왜 때리는지도 모르겠는데, 가드(클럽 보안관계자)가 때리기도 하고, 이사님이 때리기도 하고, 어떤 연예인이 신경질 난다며 때리기도 했다. 제가 겁이 많아서 무섭고 힘들었다(웃음)."
- 콜카 기사 일은 어떻게 구했나.
"그 일을 하고 있던 가출 청소년 중 한 명이 '동네 아는 형이다, 믿을 만하다'고 소개해준 덕분에 할 수 있었다. 6개월 정도 했다. 주로 벤츠를 몰았는데, 클럽에서 차를 줬다. 이 차로 고객들을 모시라고 하더라. 오전 2~6시에 주로 했고, 그전에는 발렛파킹이나 대리운전을 했다. 많이 왕복하면 하루에 20~30번도 했다."
- 취재를 하기 전 어느 정도 상황을 상상했을 텐데, 실제 목격한 현실은 많이 달랐나.
"영화나 언론에 나오는 클럽 정도를 상상했다. 사실 그 내용들은 과장된 게 아닐까, (제작진의) 상상력이 발휘된 게 아닐까 했는데... 다 말씀 드리기 어렵지만, 제가 콜카 뒤에서 목격한 모습만 해도 일반적인 것을 넘어서 포르노에 노출된 남성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지금도 충격이 남아 있는데, 너무 선정적이어서 사례를 말씀드리긴 곤란하다."
-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주요 인물로 버닝썬MD 애나가 꼽힌다. 클럽MD는 어떤 역할인가.
"MD는 원래 일반 고객 간의 만남을 주선하고, 단골손님을 위한 예약을 잡아주는 사람들이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도 한다. 그런데 리얼 파티 타임에는 그들만의 네트워킹이 이뤄진 극소수의 '포주MD'가 등장한다. 기형적인 성매매를 주선하며 기하급수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클럽MD는 더 재밌게 놀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가깝다. 주로 20대가 많다. 포주MD는 일부인데, 30대 초반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드는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여성MD들은 안타깝게도 미성년 성매매 당사자였던 사람들인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불법으로 일하는 바람에 신고조차 못하는 청소년들의 약점을 파고든다.
포주MD는 한 달에 최소 1000만 원에서 최대 1억 5000만 원까지 번다. 성매매에서 얻는 수수료 덕이다. 일반MD와 포주MD는 똑같은 '이벤트'란 단어를 전혀 다르게 말한다. 포주MD들이 말하는 이벤트는 성매매 혹은 가학적 성행위, 미성년자 성매매 강요다. 정작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겐 돌아가는 게 거의 없고, 수수료는 MD들이 다 가져간다."
- 다른 인터뷰에서 '2016년 정준영의 불법촬영물사건이 무혐의 처분난 후 MD들이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
"제가 일한 2016년만 해도 아이돌이 이렇게 클럽에 깊숙이 개입하진 않았다. 다만 지하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사람들에겐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고 자랑스레 여성을 상품화하는 남성아이돌들이 목표였다. 이들을 바지사장으로 세워놓고 일정 지분을 주고. 연예인들이 세금 스트레스가 심한데 이 '검은 지분'은 완벽한 탈세가 가능하다며 물밑작업을 하는 시기였는데, 공교롭게도 정준영 사건 무혐의가 나니까 '곰을 잡았다'고 했다.
곰은 경찰을 뜻하는데, '곰을 우리 편으로 만들었다, 이제부터 우리 무리다'라고 하더라. 제가 추정하기로는 (MD 등 클럽 관계자들이) 상당한 자신감을 얻고 이 산업을 조직적으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자기들끼리는 (클럽을) '1조 산업'이라고, 그것도 되게 약하게 (추산해) 얘기한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흐름을 만들자는 계획 같았다."
"연예인의 일탈 아냐...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