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의 돔.로마시대 황제의 영묘를 장식하던 돔 구조물이 아직까지 전해지고 있다.
노시경
하지만 돔 아래부분에서 길게 360도로 이어지는 띠모양의 석조 장식에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와 황비 프리스카(Prisca)의 부조가 놀랍게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부조가 이 성당에 남은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유일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유물이다. 천장에 떠 있는 로마의 유물만으로도 성당 내에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돔 아래 성당 내부의 기둥과 벽면은 로마네스크, 고딕양식으로 현란하게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성당의 기둥 사이에는 고난의 그리스도상 등 기독교의 여러 성상들이 빼곡히 장식되어 있다. 빛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성당 내부에는 장엄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성당 주제단 앞의 돌바닥에는 스플리트의 초대주교이자 수호성인인 성 도미니우스의 석관이 모셔져 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성 도미니우스를 죽인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관이 170년 동안이나 안치되어 있었다.
기독교를 박해하여 기독교인들의 원한을 샀던 황제의 초상과 유품은 산산조각이 나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황제의 영묘가 있던 곳에는 기독교 주교의 석관이 들어섰고, 바로 그 자리 위에 현재의 대성당이 들어선 것이다.
나는 성당 입구 쪽에 있던 성당 관리인에게 황제의 석관에 대해 물어보았다.
"황제의 석관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모르나요?"
"황제의 관은 어느날 갑자기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어요.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어느날 사라진 황제의 시신은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아무리 역사적 추적을 해봐도 지금까지는 알 수가 없네요."
나는 성당 내부에 들어올 때부터 황금빛이 번쩍거리던 쪽으로 눈길을 돌려보았다. 그것은 성당 내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성 스토샤(Sveta Stosija) 제단이었다. 1214년에 만들어진 이 주제단은 성당 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기념물이다. 황금색으로 치장된 두 천사의 성스러움은 주변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