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1일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 참여연대를 비롯한 ‘제주해군 기지전국대책회의’ 활동가들이 제주관함식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사회
- 해군기지 말고 제주에 다른 곳도 군사기지화 되고 있다는 정황이 있나요?
"제2공항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국방중기계획에 사실상 공군기지인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계획이 이미 반영되고 있고요. 실제 2017년 정도에는 제주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여부로 타당성 조사를 하려고 했던 기록도 있습니다. 당시 제2공항을 '민군복합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공군참모총장께서 현재 국방부 장관이기도 하구요. 이 경우 제주 남동부 지역이 해군기지와 군사공항이 연결된 군사벨트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 제2공항 개발에는 군사적 문제 말고 환경문제도 있잖아요?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에요. 이걸 압축해서 필리핀에 수출해왔는데 필리핀이 수입을 거부하면서 이미 도내에 엄청난 사회문제가 됐어요. 1990년대에는 골프장 건설이 유행했고, 최근에는 중국 자본 주도의 대규모 주택단지 건설로 제주도가 몸살을 앓고 있어요. 그 많던 지하수도 고갈되거나 그나마도 오폐수처리가 제대로 안 돼서 오염되고 있고요. 일부 지역에서는 생활용수가 부족한 형편입니다. 섬의 수용가능성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는데, 제2공항을 한다는 건 수용용량을 더 늘리겠다는 거거든요."
- 이런 걸 전체적으로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이라고 정의하던데, 오버투어리즘 때문에 제2공항 반대한다고 하면 도민 일부에서는 '무슨 배부른 소리냐'는 말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도내 관광업계에서 그런 말씀들 하시는데요. 잘 보면 관광산업의 주인공이 지역의 토착 자본이나 주민이 아니라 대부분 중국 자본이나 대기업 자본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의 경우는, 사드로 인한 중국관광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한 해 매출액이 약 1조 원이에요(관세청, 2018년 롯데면세점 매출 7541억 원, 신라면세점 8679억 원). 그리고 제주공항 3층 공항면세점도 국토부 산하인데 연 매출이 5천억 원가량인 거죠.
제주도 지역 내 총생산(GRDP)가 15조 원인데 법인 3개가 제주경제 10%를 쥐고 있는 거죠. 문제는 뭐냐면, 면세점은 면세 아닙니까? 거기다 롯데나 신라는 관광진흥기금도 내지 않고 있어요, 단 1원도. 도민들이든 행정이든 정부든 열심히 관광 인프라를 깔아놨는데 그 혜택을 싹쓸이하면서 반면 도민과는 아무 이익도 나누지 않는 거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제주주민자치연대가 정보공개청구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는 관광개발사업장(투자진흥지구)에 세금을 약 8600억 원 깎아준 반면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소규모 업자에게는 단돈 1원도 깎아주지 않거든요. 세금의 역차별이 발생하는 거죠. '관광산업 활성화'라지만 이 구조를 깨지 않으면 오버투어리즘 문제도 해결되거나 진전되기 힘들다고 봅니다."
- 최근에는 영리병원 논란도 심각한 것 같습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전국 보건의료단체가 함께 열심히 싸워서 법적으로 국내영리병원을 지울 수 없게 막아냈어요. 한마디로 삼성은 병원을 세울 수 없게 된 거죠. 하지만 제주도에 외국영리병원을 설립하는 건 허용되고 말았습니다. 도내에서 이걸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녹지'라는 중국 거대 부동산 회사가 들어왔어요. 원희룡 지사가 도민 뜻을 뒤집고 하다 보니까 도민의 저항과 전국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서, 결국 내준 허가를 취소하는 절차로 가고 있는 과정이긴 합니다."
- 중앙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개입하지 않나요?
"'이건 박근혜 때 한 거야, 특별자치도지사도 자유한국당 출신이니까 우리 신경 안 쓸래' 그래서 팔짱 끼고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는 거 같아요. '문재인 정부는 영리병원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주 영리병원 문제는 원희룡 도지사가 알아서 해라' 이런 메시지인 거죠. 이 정책은 복지부 장관이 승인해준 건데, 제가 문재인 정부 복지부 장관이라면 그 승인 과정이 내용이 제대로 된 건인지 살펴보겠죠. 특히 박근혜 재판 과정에서 그 측근 안종범 수첩에도 관련 내용이 나오잖아요, 제주영리병원 '오더'를 준 걸로. 그럼 사실 정부가 적폐청산 관점에서라도 더 들여다보고 인과관계를 따져야 했는데, 수수방관하는 거죠."
- 얘기를 종합해보면, 제주가 특별자치도가 된 지 꽤 됐는데 제주도는 군사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성을 떠안게 됐고, 환경도 파괴되고, 영리로 따지면 몇몇 대기업과 외부 투자자들은 큰 이득을 보는데 주민들한테 딱히 돌아가는 건 아닌 거 같고… 결과적으로 특별자치도 실험이 자치에 도움이 된 걸까요?
"제가 주민자치연대대표인데, 자치라는 게 스스로 통치하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도내에서도 권력이 나뉘어야 하는 거죠. 과거에는 1개도 4개 시군이 있었고 모두 직선으로 대표를 뽑았는데, 노무현 정부 때 특별자치 한다고 하면서 4개 시군의 기초정부를 없애 버렸어요. 이건 도지사를 위한 자치인거지 도민을 위한 자치는 아닌 거죠.
저희 같은 시민단체가 보기에 이 구조가 생긴 이유는, 특별자치의 특별함이 도민을 위한 게 아니라 개발 자본을 위한 것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시장·군수 사인을 받고, 또 도지사 사인 받고, 국토부 장관 사인받아야 하는데 특별자치도 되면서 국토부 장관 사인 안 받아도 되고, 시·군 없는 거잖아요? 도지사만 사인받으면 되는 거죠. 원스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