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 충북단양군 영춘면 만종리에 세워진 기념림비(왼쪽). 이 마을 구장기념비(가운데)와 마을자랑비(오른쪽)과 나란히 서있다.
충북인뉴스
일제의 잔재물이라면 있던 것도 치워야할 상황이지만 땅에 묻혀 있던 것이 다시 햇빛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충북 단양군 영춘면 만종리에 있는 '御登極記念林碑'(어등극기념림비) 비석입니다.
이 비석은 조선총독부가 1912년 일왕(日王) 요시히토(嘉仁·다이쇼)가 즉위하면서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조림사업을 홍보하기 위한 것인데요. 100여년 전 친일파 등이 경쟁적으로 조림사업을 하고 이를 기념했던 당시의 실상을 짐작하게 하는 상징적인 비석입니다.
비석의 존재는 2016년 2월 28일 <뉴시스>통신사의 단독보도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기념림비는 높이 80㎝, 폭 25㎝, 두께 10㎝ 크기이며 1915년 11월 10일 애초 면사무소에 건립됐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비석 좌우 옆면에는 '大正四年十一月十日'(대정 4년 11월 10일)과 '車衣谷面'(차의곡면)이란 글자가 음각돼 있습니다.
'대정(大正)'은 요시히토 일왕 재임 시절 사용된 일본 연호로 대정 4년은 1915년에 해당합니다.
'차의곡면'은 조선총독부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현재의 '영춘면'으로 바뀌기 전의 지명입니다. 비석이 존재하는 만종리는 당시 차의곡면 소재지였습니다.
당초 면사무소 마당에 세웠으나 광복 후 반일 감정이 격화되자 사라졌고 나중에 효동마을 길가에서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이후 방치되다가 1997년 3월 마을에서 '만종리 마을 자랑비'를 건립할 때 이장 기념비와 함께 그 옆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비석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고 다시 세워
이 마을에 거주하는 김종수 할아버지는 2016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사람들이 다니던 길가에 묻혀 있던 비석을 발견해 함께 파내서 보관했다가 마을 자랑비를 건립할 때 옆에 세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발견 당시 비석이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고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 기념림비는 요시히토 일왕 즉위에 맞춰 조성한 임야를 기념해 세운 비석입니다. 요시히토 일왕은 1912년에 즉위했는데요.
이때부터 일왕 즉위를 기념하는 여러 행사가 열렸고 그중 하나가 기념림(記念林 ) 조성사업이었습니다.
당시 충북에는 이런 기념림이 140여 곳, 140여 정보에 이르렀다고 하는데요. 수종은 리기다소나무가 주종이었고 아카시아 나무 등도 많이 심었습니다.
'단양군 군세 일반'(1930년)에는 일왕 즉위를 기념한 어대례(御大禮) 기념림으로 9곳 20정보에 붉은 소나무 9000그루와 밤나무 8000그루를 단양지역에 심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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