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토평초등학교 6학년 김수현 어린이
오승주
"친구들끼리 헤어지는 부분에서 4.3에서 엄마와 아빠랑 헤어지는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이영준 어린이, 서귀포 하례초등학교 4학년)
"아빠랑 딸이랑 요트 위에서 얘기하는 장면 좋았어요 ." (전은빈 어린이, 서귀포 동홍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들의 소감을 반영해 함께 동시를 썼다. 아래는 동시 전문.
물과 불이 삼켜 버린 마을
맑은 물이 넘치고 나무와 새, 곤충이 뛰놀던 스위프트 마을은
제물이 되었네
큰 도시 보스턴 사람들의 욕심에 희생되었지
똑똑한 말에 속아 넘어가 이웃과 친구들은 헤어졌네
제주도 사람들을 흩어버린 건 불이었지만
스위프트 마을 사람들을 흩어버린 건 물이었네
긴 시간이 흘러 우린 다시 여기 있네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순 없었던 걸까?
물로 덮고 불로 태우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걸까?
물로 뒤덮인 스위프트 옛 마을 터와
미세먼지로 뒤덮인 제주의 하늘이
따져 묻는 것 같네
동시를 쓰고 나서 각자 한 행씩 정해서 그림을 그렸다. 이를 한데 모으니 그림책처럼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초등학생의 진한 감성이 좋았고 서투른 솜씨가 더 진솔해서 행복한 구경이었다. 함께 동시를 쓰고 상상해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제주4.3에 대한 생각이 자리잡는 느낌이 들었다.
3년 전과 달리 올해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표정은 내내 밝았고 호기심 가득한 모습이었다. 2차 세계대전과 미군정 시기, 남한 단독선거 등 다소 어려운 역사 용어를 썼지만 끝까지 경청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소감을 물었다.
"그림 그리는 활동이 재밌었어요." (전은빈, 동홍초 4학년)
"제주 4.3을 다른 이야기로 풀어내니까 더 재밌었어요."(전지웅, 동홍초 5학년)
"제주4.3에 대해서 아기가 말발굽 치인 거랑 미군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몰랐는데 알게 되어서 좋았고 재밌었어요." (이영준, 하례초 4학년)
제주4.3교육의 미래라고 거창하게 말을 꺼냈지만 어떤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 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린이들의 욕망을 해석해내는 어른들의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린이들은 표정으로 또는 짧은 소감으로 '제주4.3교육의 미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이제는 고유명사에서 '형용사'가 되어 특정 시기, 특정 공간에 한정되지 않고 '4.3적인 것'들을 찾아서 연관짓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제주4.3이 어른들에게는 생생하게 남아 있는 고유명사일지 몰라도, 자라날 어린이에게는 다양하게 변주되는 형용사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유연하고 재밌는 상상력으로 제주4.3의 기억이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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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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