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인문도시, 수원시가 사람에 투자하는 방식"

[수원, 인문학을 품다 ①] 역사와 전통, 그리고 인간미 흐르는 지역 공동체

등록 2019.04.24 20:13수정 2019.04.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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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도시 수원이 인간미 넘치는 인문학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2011년부터 "인문학으로 희망을 만들어 가겠다“며 ‘인문학 중심도시 수원’ 사업을 추진했다. 인문도시 사업이 수원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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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수원시장이 '2016 수원인문도시대축제'(2016.09.23)에 참석해 시민들과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수원시

 
"전에는 도서관이 책만 읽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도서관에서 혼자 앉자 조용히 책만 읽고 가는 게 아니라 이웃 주민들과 함께 책도 읽고 생각도 공유하면 어떨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선경도서관을 이용하는 박형하씨는 "(도서관에) 한번 오니까, 끊을 수가 없었다"며 웃음 지었다.


서울에 살던 박씨는 은퇴 후 2011년 말 수원 광교로 이사 왔다. 지인이나 일가친척 등 아무런 연고가 없던 박씨의 발길은 인근 도서관으로 향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강의를 들었는데, 사람들이 강의가 끝난 뒤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같이 모여 강의나 책에 대한 얘기도 하고, 지역 탐방도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박씨는 동아리를 통해 수원시 정책 등 지역 시민으로서 알아야 할 유용한 정보도 얻게 됐다고 한다. 박씨는 "도서관에 늘 나오다 보니까 다양한 책도 보게 되어서 좋다"며 "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 모임이 더욱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형하씨가 인문학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수원시가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인문학 중심도시 조성 사업' 때문이다.

제1단계 인문학 기반구축 -> 제2단계 인문학 대중화

염태영 수원시장은 2010년 7월, 민선 5기 출범과 함께 시정목표를 '휴먼시티'로 정했다. 사람이 도시보다 먼저라는 의미다. 염태영 시장은 특히 인문학을 통해 수원을 인간미 넘치는 '사람 중심'의 인문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제 발전으로 사라져가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자는 취지다. 수원이 조선왕조 인문학의 르네상스 시대로 일컫는 영․정조 시대 때 조성된 역사적 배경과 함께 정조의 실학 정신, 개혁 정신, 위민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인문도시의 기본적인 여건을 갖추었다는 점도 주요했다.

수원시의 인문도시 사업은 단계별로 4개년 중장기 계획을 세워 1단계와 2단계로 나누어 추진됐다. 1단계는 2011년에서 2014년까지이며 '인문학 중심도시 조성'을 표방했고, 2단계는 2015년에서 2018까지이며 '인문도시 조성'으로 개념이 변했다. 1단계가 인문도시 기반 조성에 많은 예산이 투입된 하드웨어 구축 시기라면, 2단계는 프로그램 확산과 시민의 참여라는 소프트웨어 정착에 역점을 두고 추진했다.

제1단계 인문학 사업은 ▲인문학 도시 지원 시스템 구축 ▲도시 인문학 콘텐츠 개발 ▲책 읽는 도시 수원 만들기 ▲수원의 정체성 확립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 등 5개 분야에서 50개 사업을 추진했다.

우선 염태영 시장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2013년 인문학팀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조례를 제정해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법적, 행정적 지원기반을 마련했다. 평생학습관을 개관하고, 수원문화재단 설립, SK아트리움, 수원박물관, 공공도서관 6개소 등을 구축해 예술가들의 창작활동 및 시민들의 문화 향유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했다.

2단계 사업으로 접어든 2015년부터는 '수원시 인문학'을 대중과 함께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세웠다. 모든 시민이 생활 속에서 인문학을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도록 7개 분야 60개 인문사업으로 확대 추진했다.

"220년 전 정조대왕 계승... 신개념 르네상스로 '인문도시 수원' 구현"

인문도시 조성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해오면서 시민 참여 현황은 2011년 30만8600여 명에서 2018년도에는 140만여 명으로 대폭 늘었으며, 투입예산은 1880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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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행궁동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인문한글판 창작시 ⓒ 수원시

  
시민들이 인문학을 통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수원포럼, 수원시민 인문교양 아카데미, 테마가 있는 인문학 강좌, 수원박물관 문화교육 프로그램, 초등학교 연계 사회과 체험학습 등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한 수원권 역사문화 및 스토리텔링 발굴, 수원 역사 유물 수집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수원학 연구 활동 등을 통해 수원학 정체성 확립에도 기여했다. 나눔, 책임, 관계의 인문정신을 정책에 반영, 좋은시정위원회, 주민참여예산제, 도시정책시민계획단, 시민배심원제도, 원탁토론, 마을 만들기 등을 통해 '시민의 도시'를 선도적으로 알려왔다.

'인문도시 수원'은 누구나 참여하고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평생학습교육지원체계를 구축했다. 평생학습관,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동 행정복지센터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연간 1만여 개의 인문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19개 공공도서관을 확충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해 2017년 유네스코는 수원시를 평생학습도시로 선정했다.

수원시는 '인문학을 거리로 들고 나간다'는 주제로 시청 담장과 AK플라자 수원역사 등 시내 곳곳에 희망글판을 설치했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을 소통하는 인문학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쓴 창작시를 정류장 600여 곳에 게시했고,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울러 수원시는 지난 2016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인문기행특구로 지정받아 수원화성을 기반으로 근대건축물, 농업역사 등 특색 있는 도시 인문학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왕이 만든 도시 역사기행 ▲근대 역사기행 ▲문학 기행 ▲특구 홍보·마케팅 등 4개 분야에서 9개 사업을 2021년까지 5개년 간 추진 중이다. 특히 수원의 근대기 농업행정과 농업연구의 중심지였던 부국원을 근대역사 전시관으로 리모델링하고, 스토리가 있는 근대 역사 탐방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수원시는 인문기행특구 지정으로 생산유발 효과는 3239억 원, 부가가치유발 효과는 1847억 원, 취업유발 효과는 8985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염태영 시장은 "220년 전 정조대왕이 만든 개혁도시를 계승해 신개념 르네상스 인문도시 수원의 도시 비전을 실현하고, 수원화성을 기반으로 근대건축물, 인문자원까지 아우르는 관광벨트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문학이 희망이 되는 도시 만들겠다"

지난 2016년 수원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교육부와 함께 수원에서 제4회 세계인문학 포럼을 개최했다. 당시 염태영 시장은 환영사에서 "수원시장으로서 수원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정조대왕의 문예 부흥정책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가를 과제로 안고 있다"면서 "정조의 도시이자 도서관의 도시인 수원에서 인문학이 희망이 되고 인문학으로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의 인문도시 만들기'를 주제로 발표한 강진갑 경기대 교수는 "수원시의 인문도시 사업은 아직 실험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인문 도시 사업 추진에 있어 프로그램의 양적인 증가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시민의 삶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평가 체계를 수립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인문학은 삶을 성찰할 수 있게 해주고, 삶에 대한 태도와 다른 사람과 관계에 변화를 가져다주며 시민들이 지역 공동체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갖게 해준다"면서 "인문학은 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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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수원시장이 4월 5일 수원에서 열린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안내하고 있다. 이날 수원시는 인문도시 운영 사례를 발표했다. ⓒ 수원시

 
수원시는 또 지난 2017년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와 함께 제6차 세계성인교육회의 중간회의를 치렀다. 수원시는 이런 축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5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한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인문도시 운영 사례를 발표했다. 이날 행사를 두고 수원시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수원을 인문학 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이 최고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수원시는 3단계 사업을 시작하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누구나 쓰고 말하는 생활인문 도시 구현'을 위해 '인문학의 생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염태영 시장은 "곳곳에 공공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등을 세워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문화적 향유를 느끼게 하는 것이 수원시가 사람에 투자하는 방식"이라며 "앞으로 인문 도시로서 성장하기 위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수원, 인문학을 품다 ②] '도서관 시장'의 베스트셀러, '걸어서 10분 거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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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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