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서울아산병원에서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도한 업무량, 긴 노동시간, 부족한 노동 인력, 실수에 의한 사고 책임 부담, 조직문화의 문제 등이 죽음의 이유였다.
연합뉴스
의학을 공부하다 보면 질병을 해결하는 인류의 능력과 도전에 감탄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금까지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질병의 영역에 도전하는 병원이었다.
그런데 서울아산병원은 왜 인간의 영역에 속한 병원 내 제도적·구조적 수준의 문제는 다루려 하지 않을까. 서울아산병원이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을 다뤄온 방식을 돌이켜봤을 때, 이는 단순히 능력이 아닌 의지의 문제에 가까워 보였다.
사건 발생 후 서울아산병원은 신입 간호사 채용 지원자들에게 "우리 병원 신입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냐"라며 "본인은 어떤 방법으로 버틸 거냐"는 질문했다.
'유리 멘탈 탈출하기'라는 이름의 교육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인간을 나약한 존재로 낙인찍었다. 이러한 대처 방식들은 서울아산병원이 고인의 죽음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병원의 문제는 침묵 속에 묻어두고, 사람들의 시선을 간호사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평가 조사에 따라 13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병원'으로 선정되었다. 간호사의 죽음을 외면하는 곳이 어떻게 존경받을 자격이 있을까.
올해 3월, 근로복지공단은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도 자체적으로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을 진단했다. 당시 병원은 내부 감사팀 보고서에 "부족한 교육과 과도한 업무로 고인에게 스트레스를 줬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서울아산병원이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판정을 인정하지 않으려면 그에 합당한 반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재해를 인정한다면 서울아산병원은 유족과 간호사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신규 간호사 교육 개선, 과도한 업무량 조절, 시간 외 근무 감소 등 제대로 된 재발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이 마련하는 재발방지책이 100% 완벽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문제를 드러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이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을 침묵 속에서 잊어버리려고 한다면, 우리가 그 기억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수밖에 없다.
침묵 속 죽음을 기억하는 당신
'4월 28일이 누구를 위한 추모냐'고 묻는다면 "죽은 자를 기억하고 산 자를 위해 추모한다"고 답할 것이다.
우리는 죽은 자를 기억하기 위해 산 자를 위한 투쟁을 하고, 산 자를 위한 투쟁을 하기 위해 죽은 자를 기억한다.
기억하고 투쟁하는 것이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고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실 속에 익숙해진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행동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다음 구절을 읽어보면 당신의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변화는 평범한 사람들이 개입하고, 참여하고, 다 같이 모여 그것을 요구할 때에만 일어난다 (Change only happens when ordinary people get involved, and they get engaged, and they come together to demand it)."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더는 고 박선욱 간호사를 떠돌아다니게 내버려 둘 수 없다. 우리는 고 박선욱 간호사가 유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이 요구를 변화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는 주체는 정치인도, 전문가도 아닌 바로 당신이다. 바로 당신이 이 침묵을 깨야만 변화가 일어난다.
'서울아산병원의 사과와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대책 마련 촉구 서명' ☞
http://bit.ly/서울아산병원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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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3개월차 간호사의 죽음, 우연한 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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