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저의 사퇴를 요구했던 의총 소집요구서를 보면 '패스트트랙 상정은 당의 성과로 인정한다'는 대목이 있다. 그 대목을 확인하고 '내가 물러나도 합의를 번복할 일은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소연
- 25일 권은희 사보임 결정 이후 당의 정치개혁특위 위원까지 흔들렸단 이야기가 있었다. 민주당 쪽에서는 오신환 의원 사보임을 하면서 권은희 의원 사보임도 동시 요청했었다고 하던데.
"권은희 의원은 24일 날 만나서 먼저 사임계를 내겠다고 했고, 25일날 사임계를 가지고 오겠다고까지 했다. 그래서 제가 사임계까지 만들어놨다. 대신 자기가 협상안은 만들어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이야기를 손학규 대표, 홍영표 원대 등에 하고, 후임자로 임재훈 의원을 대기시켰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더니 사임 안하고 협상을 하겠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일이 벌어진거지. 25일 오후 5시 30분까지 협상을 하다 계속 늦어지니까, 제가 권 의원 불러서 '꼭 여기다 넣어야겠다는 거 10개만 얘기 하세요. 그러면 내가 마무리할테니까, 그렇게 하고 끝냅시다'라고 했다. 그래서 10개를 저한테 줬어요. 그러니까 시간이 30분밖에 안 남았잖아. 그래서 10개 반영했더니 오후 5시40분이야.
그런데 그때 권은희 의원이 다시 앉더니 '아까 10개는 1장이었고 2장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이러는 거야. 그러니까 상대방은 완전히 놀라버린거지. 내가 10개만 받으면 오늘 끝난다, 이래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했는데, 다시 시작하자고 하니까 홍영표원내대표와 백혜련 간사가 완전히 나자빠진 거야. '이건 완전히 하지 말자는 얘기 아니냐' 그러면서. 솔직히 오히려 내가 미안했다. 그래서 협상을 오후 5시 50분에 중단시켰다. 그리고 '아까 10개 요구한거까지만 해서 법안 제출합시다' 그런거야. 그랬더니 권은희 의원이 왜 법안심사권을 침해하느냐며 일어나서 나간거다.
그런데 사보임계도 오후 6시까지 내야하잖아. 근데 다행히 제가 사임계를 미리 만들어놨잖아요. 그날 임재훈 의원은 하루 종일 운영위원장실에 와 있었다."
- 그래서 주말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하고 패스트트랙 논의를 중단시켰던건가.
"그렇게 하고 일요일에(4월 28일) 권은희 의원을 다시 만나 설득했다. 그런데 권 의원이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자기 처지가 어려워졌다면서. 열심히 협상해서 바꾸면, 입장이 또 바뀌고, 내가 완전히 가운데서 죽은거지.
결국 본인 이름의 안도 같이 올리자고 하더라. 그랬더니 민주당이 완전히 나자빠지지. 여당에서 '어떻게 패스트트랙 법안을 두 개를 올리냐. 법안도 제대로 합의도 못하고, 나중에 공격당한다'면서. 그런데 그걸 가지고 홍영표 원대와 28일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 협상을 했다. 그래서 도저히 안된다고 하는 걸, 저는 이거 안하면 더 이상 못한다고 자빠졌다."
- 그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겠다.
"지나고 보니 권 의원을 사보임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과만 보자면 다음 날 '권은희안'으로 협상을 진행했어도 됐는데. 이번에 나도 많이 배웠다. 처리시한이 있더라도 설득하며 가야 되는데. 스스로 조금 반성했다. (기자 주 : 권은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법, 일명 '권은희안'은 지난 4월 30일 국회 사개특위에서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법과 함께 신속처리법안으로 동시지정 됐다.)"
- 정치적 부담의 연속이였을 것 같다. 그런데도 패스트트랙을 반드시 관철시킨 이유가 뭔가.
"선거제도 개혁이 바른미래당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다. 바른미래당을 창당하면서 '민심 그대로의 민주주의로 정치의 새 판을 짜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민주당을 압박해서 여기까기 왔다. 선거제도 개편은 반드시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 그건 달리 말하면 구성원 중 한 명만 반대해도 어렵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민주당을 선거제 개혁의 전선으로 끌고 오면서, 선거제 개혁을 이번에 못하면 30년 간 못 한다고 생각했다."
- 15일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개혁법안 논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런 염려를 안 한 건 아니다. 그런데 (저의 사퇴를 요구했던) 의총 소집요구서를 보면 '패스트트랙 상정은 당의 성과로 인정한다'는 대목이 있다. 그걸 보면서 '(내가 물러나도) 합의를 번복할 일은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만둘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그 의총 소집을 주도한) 권은희 의원도 '민주당도 원내대표가 바뀌니 우리도 새로운 사령탑을 구성해서 (패스트트랙 법안을) 논의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어느 정도 납득되는 얘기 아니냐. 그래서 그만둬도 괜찮다는 확신이 있었다."
"손학규-하태경 생각 좁혔다, 조만간 지도부 정상화될 것"
- 7일만 하더라도 당 일각의 지도부 사퇴요구를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다음날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누구와 상의하고 내린 결정인가.
"상의하지 않았다. 제가 7일에 '다른 당과 합당·연대 없이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총선 출마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전 즉시 그만두겠다'고 했다. (웃음) 사실 바른정당 출신 분들이 '한국당과 연대·통합 없다'고 선언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봤다. 실제로 8일 의총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고. 그래서 제가 결의문을 써 갔다. 최초의 '자강(自强)' 결의문이다. 동의해주시면 물러나겠다고. 그 분들은 절 퇴진시켜야 되기 때문에 양보하신 것 같다.
혹자는 이 결의문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앞으로 당의 리더가 누가 될 지 모르지만 의원 전원 명의로 발표한 결의문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할 수는 없지 않나. 그 약속이 지켜지리라 본다."
- 결의문은 나왔지만 오늘(10일) 최고위원회의 때도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손학규 지도부 사퇴' 문제는 여전히 남은 것 아닌가.
"저의 사퇴로 당이 처음으로 단합할 수 있는 계기는 마련했다고 본다. 그리고 8일 결의문 채택 이후 많은 의원들이 지도부 정상화 얘기를 하고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오늘 '월요일(13일)엔 다른 최고위원 설득해서 복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노력할테니 손 대표도 노력해달라'고 했다. 손 대표가 그러겠다고 했기 때문에 조만간 정상화 되리라고 본다."
- 손학규 대표가 지난 6일 일부 당원들과 만나 '안철수 전 대표가 총선 전 복귀하면 대표에서 내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안철수 조기 복귀'가 당에 도움이 될까?
"손 대표 물러나라는 분들 대부분이 '유승민 지도부' 혹은 '안철수 지도부'로 바꾸자는 분들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해선 손 대표도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있다. 손 대표 임기가 내년 9월까지다. 본인이 대표로 선거를 치르는 것과 두 분 중 누군가가 당대표로서 선거를 치르는 것 중에 어느 게 나은 지 깊게 고민하고 있다. 손 대표는 자신이 '자리에 연연하거나 다음에 뭘 노리는 게 아니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하셨다. 저는 그 진심을 믿고 있다."
- 당의 정체성 논쟁이 거듭되는 게 본질적 문제 아닌가.
"사실 정책적 차이는 별로 없는데 진보·보수란 말 하나로 갈등이 증폭되는 것 같다. 서로 지지층이 다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발언을 인정해줘야 한다. 우리 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던 이유가 그 때문이다. 사람들이 '언제 헤어지나?' 이 질문부터 한다. 그런데 8일 결의문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천명했다. 지지자들이 당에 투표할 수 있는 믿음을 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대통령은 야당 목소리 들어야... 대표 회동 등 정례화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