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광장에 시민분향소를 마련하려던 '용산 참사' 유가족들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선대식
프랑스어로 '고귀한 신분'이라는 노블레스(noblesse)와 '책임이 따른다'는 오블리주(oblige)가 합친 말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1808년 프랑스 정치가 가스통 피에르 마르크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의 등장 등 어수선한 사회상을 반영하여 나온 말이 자국의 영역을 넘어 국제적인 도덕 교과서처럼 쓰이게 되었다.
봉건군주체제→식민지→분단과 전쟁→백색독재와 군사독재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현되지 못한 역사였다. 왕족과 지배층은 사복 채우기에 권력을 남용하고 한말 대신들은 매국의 대가로 일제로부터 작위와 은사금을 받았다.
6ㆍ25전쟁이 일어나자 이승만은 도망치기에 바쁘고 군부 책임자들은 전란통에 군수물자 착복으로(국민방위군사건) 수천 명 청장년의 사상자를 냈다.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주모자들은 남의 기업과 대학을 가로채고 천문학 수준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그들의 혈통과 정신적 DNA를 받아 집권한 위정자들 역시 공권력을 사유화하면서 국고는 물론 뇌물을 받고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들의 추종자와 부역자들도 행태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