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리마 할머니가 나의 취재를 도와주겠다며 자신이 알고 있는 바쿠에 거주하는 고려인의 주소를 받고 있다.
김진석
아제르바이잔(Azerbaijan)까지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조지아의 트빌리시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의 바쿠까지는 거칠고 낯선 시간이었다.
카스피 해를 끼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은 남으로는 이란, 북으로는 러시아와 맞닿아 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독립했다.
과거 아제르바이잔에는 100여 명의 고려인이 이주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주로 고려인 2세대들이 중심이었는데 군인과 전문직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과 언어 문제로 예닐곱 가족만 살고 있다.
카스피 해가 보이는 오래된 아파트. 고려인 2세 장 리마 할머니가 살고 있는 곳이다. 올해 74살인 장 할머니는 혼자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남편은 2006년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슬하에는 두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이 있다. 아들들은 한국에서 일하고 있고, 딸은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
장 리마 할머니의 부모님은 1937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강제 이주됐단다. 타슈켄트에서 태어난 장 할머니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카자흐스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농업경영 회계학을 전공했다.
이후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고려인 해군 장교였다. 잠수함에서 근무한 남편은 군 생활 도중 잠수병으로 전역한다. 이후 바쿠의 해군사관학교 교수로 발령받고 1974년 가족들과 함께 이곳 바쿠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0년 후반에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세 아이를 키우며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