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형철 수돗물네트워크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대책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희훈
뒤 이어 발제에 나선 염형철 이사장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인천보다 서울에서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 이사장은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내 138Km 노후 상수도관 전면 교체하겠다고 밝혔는데, 문래동의 수도 관로는 12년밖에 안 된 것"이라면서 "물론 그 관로에도 노폐물이 심각하지만 그건 관로가 낡아서가 아니라 관리를 잘 못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염 이사장은 "서울시가 수돗물 사태 발생한 뒤 수질 측정값을 제대로 공식 발표한 적이 없다"면서 "박 시장은 수질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안정화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환경부 장관도 인천만 비판하는데, 그동안 환경부는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예산의 60% 가량을 상하수도에 쓰고 있으면서도 환경부가 수돗물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나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염 이사장은 "이번 인천·서울의 수돗물 사태는 노후 관로만 교체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결코 아니"라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100년 이상된 수도 관로를 쓰는 곳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1990년대초 발생한 페놀 오염 사태의 충격이 이후 환경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듯이 이번 수돗물 사태를 계기로 향후 수도와 물 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구자용 교수는 "(염형철 이사장이 예로 든 미국 사례처럼) 관로를 100년 이상 사용하는 건 처리 약품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번 수돗물 사태의 원인과 해결방안이 '노후 관로' 문제로만 인식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구 교수는 "50대도 70대의 체력을 가진 이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면서 "수도 관로도 '내용연수'보다는 '내구연수'를 따져보는 게 더 적절한다"고 밝혔다. '내용연수'는 감가상각의 기준으로 건물이나 기계 등 고정자산을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반면, '내구연수(내구연한)'는 시설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연수 또는 그 기능을 상실할 때까지의 기간을 뜻한다.
구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노후관'이라고 부르는 것도 문제가 있다"면서 "예전부터 상하수도 학계에서는 '불량관'이라는 단어를 쓰자고 했다"고 밝혔다. 구 교수는 "노후 상수도관 관리를 잘 못하면 물이 새고 생산원가가 상승한다"면서 "그런데도 지난 2008년에 비해 2017년에는 전국 상수도 분야 직원 수가 약 15% 가량 줄었다"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수도관 길이는 꾸준히 늘어 직원 한 사람이 담당하는 수도관은 75.8%나 늘었다는 것이다.
인천 맘 카페지기 "토론자로 나섰지만 질문할 게 더 많다"
인천시 기조실장 "원인·문제점 100% 인정... 숨기는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