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속의 보탑사 연인들
이현숙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 했다. 살아서는 진천이라 함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산천이다. 서울에서 출발해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달리면 진천에 닿는다. 친절한 사람들이 비켜주는 좁다란 숲길을 따라 산 밑을 지나면 길 옆의 계곡이 물소리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산 아래 정갈한 사찰 보탑사( 寶塔寺)가 조용히 앉혀져 있다.
고려시대의 절터로 추정되는 곳에 대목수 신영훈 장인을 비롯 문화재급 전문가들과 비구니인 지광·묘순·능현 스님들이 모여 1996년에 창건했다. 그후 지장전·영산전·산신각 등을 건립하고 2003년 불사를 마쳤다.
역사가 길진 않지만 이 절이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끼워 맞추는 전통방식으로 지어진 목탑이라는 것이다. 내부에는 3층까지 오르는 계단이 있다. 108척 높이의 대웅전, 법보전, 미륵전의 3층 목탑은 내부도 웅장해서 놓치지 말고 들여다볼 만하다.
무엇보다도 온 천지에 꽃들이 가득하다. 여름과 가을에도 쉬지 않고 피어나는 꽃들을 볼 수 있는 절이 보탑사다. 목탑 주변은 경계석이나 담이 없고 야생화를 가득 담은 대형 화분들이 풋풋하게 자리 잡고 있다.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아담한 처소 앞에도 자잘한 꽃들이 텃밭을 채우고 있다. 군데군데 예사롭지 않은 석탑과 반가사유상, 불족석, 영산전, 전각, 격조전 입구의 석불과 와불상의 평온한 표정은 꽃과 자연 속에서 제 몫을 보여주니 바라보는 느낌이 달라진다.
사찰 계단을 오르면 입구에 화들짝 피어난 탐스런 작약이 맞이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경내 어디든 발걸음마다 꽃이다. 심지어 계단참에도, 돌무더기에도, 바위틈 갈라진 곳에 구절초가 눈부시고, 담장 허리춤에도 꽃이 제 모습을 내밀었다. 산속의 정원이 바로 여기 있었다.
여느 사찰들처럼 규모가 웅장하거나 근엄한 모습이 아니다. 평온하고 아늑하다. 불자가 아니어도 편안히 꽃 속에 머물다 가려는 여행자들이 조용히 오간다. 야생화 앞에 앉아 사진 담기에 열중하는 사진가도 보인다. 온통 꽃과 나무들로 어우러진 경내를 걷다 보면 사찰이 아니라 어느 조용한 고택에 온 듯도 하다.
봄빛 화사한 초봄부터 사계절 꽃 피우는 보탑사, 그 사찰 뜰을 거닐며 소원도 빌어보고 싶은 곳, 보련산 자락 깊은 산속에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으로 자리 잡은 보탑사는 사계절 언제든 나서볼 만한 곳이다.
▶충북 진천군 진천읍 김유신길 641 보탑사. 043-533-0206
자연생태공원에서 함께하는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