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톡에 공개된 사진이수빈이라는 여자는 조작된 사진을 현승과 나눈 대화라며 단체톡에 공개했다.
김광민
자신이 현승의 아이를 낳고 버림받았다는 그녀는 혜민뿐만 아니라 현승의 친구들 전화번호까지 알고 있었다. 이수빈이라는 여자의 주장은 더욱 구체적으로 변해 있었다. 현승이 무정자증이라 피임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유혹해 놓고 아이를 임신하자 자신을 버렸다고 했다.
대화 속 현승은 언어 장애가 있는 그녀에게 접근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시켜 놓고 야멸차게 버려버린 나쁜 놈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캡처한 화면에는 현승이라는 이름과 이수빈이라는 이름 사이에 오고 간 대화만 있을 뿐 날짜와 시간은 나오지 않았다. 현승의 친구들이 날짜가 보이는 화면을 보내 달라고 했지만 그녀는 계속하여 현승을 비난할 뿐이었다. 단톡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한 현승은 충격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혜민은 오히려 냉정했다. 혜민은 현승을 설득해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를 찾은 혜민과 현승에게 안내데스크를 지키던 경찰은 휴일에는 사이버수사팀이 운영되지 않는다며 월요일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하필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경찰서를 나서면서 혜민은 "월요일 경찰에 신고하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거야. 우리 걱정하지 말자"며 현승을 위로했다. 그때 현승에게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현승씨 맞나요?"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하자 상대는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
"너 무정자증이라면서! 그런 식으로 얼마나 많은 여자를 울렸냐! 인간쓰레기 같으니라고!"
상대는 현승이 무어라 대꾸할 새도 없이 일방적으로 욕설을 퍼 붙고는 전화를 끊었다. 정신을 못 차리는 현승에게 계속하여 전화와 문자가 쏟아졌다. 하나같이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이 담겨 있었다. 주말 동안 현승은 계속해 걸려오는 전화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문자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월요일 현승과 혜민은 출근도 하지 않은 채 경찰서를 향했다.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놀라운 사실을 알려 주었다. 현승이 장애인인 자신을 농락해 임신까지 시키고서는 버렸다는 글과 단톡에 올렸던 페이스북 메시지 캡처 사진이 각종 사이트와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게시물에는 현승의 전화번호가 남겨 있었다. 이를 본 수 많은 사람이 현승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왔던 것이었다.
현승의 전화번호는 더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10년도 넘게 써왔던 전화번호지만 바꿀 수밖에 없었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나서야 현승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쉽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휴가를 내고 며칠을 쉬었다. 그리고는 페이스북에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 글을 올렸다. 다행히 아직 현승을 믿어주는 이들이 많았다. 현승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이수빈이라는 여성이 허위 글을 올린 사이트들을 찾아 현승에게 알려줬다. 게시물은 페이스북 '부천 모임' 페이지, '부천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 미혼모 관련 여러 페이지, 보배 드림 등등 현승이 사는 부천과 관련된 페이스북 페이지를 중심으로 게시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