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의 모습. 장인이 작업하는 공방은 4평 남짓한 작4은 방이다. 특별한 공간이 없어 작은 방 하나를 공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때론 옥상에서 작업을 한다. 화로의 수분이 잘못하면 부채의 형태를 틀어지게 하기 때문이라 한다. 장인은 이곳에서 1년에 이삼백 개의 합죽선을 만들고 있다며 작업도 하고 홍보도 할 수 있는 작은 전시관이 있길 소망하고 있다.
김현
- 일본 같은 경우엔 장인들이 대접도 받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한데 우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요?
"우습지만 우린 완전히 꽝이에요. 마이너스죠. 대접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요. 전수자가 없는 이유가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죠. 전수자에게 2년이나 3년 정도 어느 정도 생활할 수 있게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조를 해주면 다른 데 신경 안 쓰고 열심히 배울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 어렵지요. 사실 지방문화재니 국가문화재니 명패만 딱 만들어주고 활동비 명목으로 얼마 정도 주는데 그리 도움이 안 되죠.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외국에 나가서 전시도 하고 하면 좋은데 지금 당장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전시회 같은 건 어렵죠. 돈도 많이 들고요. 무형문화재도 인기 없는 것들은 더 그렇습니다."
- 도나 시에선 어떤 도움이 있나요?
"허허. 시 입장에선 당신은 국가무형문화재니 국가에서 할 일이지 시와는 상관이 없다 뭐 이런 식이죠. 시에 전수관 하나 지어 달라 한 적이 있죠. 도무형문화재 여러분과 한지와 연관해 전수관을 지으면 합죽선의 홍보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전주에 국가무형문화재는 저 혼자입니다. 다른 시나 도에선 국가무형문화재가 되면 매우 많은 신경을 쓰는데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은 현실이 좀 그렇습니다."
- 중국이나 일본의 부채와 한국의 합죽선의 차이가 있나요?
"있죠. 가장 큰 차이는 우리 합죽선은 대나무 겉대를 이용하고, 중국이나 일본은 대나무 속대를 쓰는 거지요. 합죽선은 왕대나무를 사용하는데 겉대 두 개를 붙여 한 살로 만듭니다. 그 과정이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합죽선 하나 만드는 데 최소 15일 정도 걸리고 100번 이상의 손이 갑니다."
- 합죽선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드나요?
"좀 복잡합니다. 먼저 대밭에서 대나무를 자른 후 부재칫수에 맞게 대를 쪼갠 다음 끓는 물에 양잿물을 풀어 삶아 진을 뺀 다음 햇빛에 말려 색깔을 냅니다. 이것이 첫 공정이에요. 다음에 하는 일이 대나무 속을 깎는 작업을 하죠.
보통 대나무속을 깎는 일을 합죽을 깎는다고 말하는데 요게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해요. 여기 있는 화로도 필요하고요. 합죽선의 특징은 얇게 깎은 대나무 껍질과 껍질을 풀로 붙여 한 살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죠. 부채 합죽선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대나무 조각 90쪽을 붙여야 합니다. 이따 시범 보여줄 터인데 이런 공정을 거쳐 마지막 사북을 박으면 하나의 합죽선이 완성이 됩니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요?
"제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후계자 양성이죠. 아들이 전수자로서 배우고 있지만 생활이 안 되니까 부채 만드는 일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배우라고 하지만 아들도 생활은 해야 되잖아요. 그게 참 안타깝습니다. 두 번째는 홍보입니다. 실제로 합죽선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몇천 원짜리는 합죽선이 아니에요. 보통 접선이라고 하죠. 그래서 저는 초중고 대학생들에게 합죽선을 직접 만드는 공정을 직접 보여주면서 우리 합죽선을 알리고 싶어요. 세 번째는 아직 힘이 있을 때 좋은 작품을 만들어 놓는 일입니다. 이 세 가지가 남은 생애 제가 해야 할 목표입니다. 그러다 보면 제 삶도 끝마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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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대접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먹고 살 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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