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고려대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 ‘특혜 논란’ 진상규명 집회를 열고 있다. 학생들의 정치색 배제 요구에도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도 참석했다.
이희훈
갑자기 영욱이의 학교생활이 떠오른 건, '조국 사태'로 인해 촉발된 대학 입시 제도에 관한 갈등 때문이다. 이번 일은 그가 그토록 경멸해마지않던 '스카이 캐슬'에 정작 자신도 갇혀있었음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해 준 사건이다. 대한민국은 좌우를 떠나 기득권이 세습되는 신분제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 불똥이 애먼 곳으로 튀었다. 느닷없이 '학종(학생부종합전형) 폐지, 수능 확대'라는 주장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비등하고 있어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스펙을 문제 삼아 '학종은 불공정하고 수능은 공정하다'는 여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잖아도 '학종이냐, 수능이냐'의 문제는 최근 자사고 폐지와 존치 문제와 맞물려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터다. 우리 교육은 '삼년지대계'도 못 된다고 조롱하지만, 언제부턴가 온통 이해관계만 충돌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돼버렸다. 싸움의 종착역은 물론 입시다.
우리 교육은 고작 '학종이냐, 수능이냐'를 두고 다툴 만큼 한가하지 않다. 학종이든, 수능이든, 아니 아무리 선진적인 입시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스카이 캐슬'에 사는 이들을 결코 당해낼 수 없다. 저들이 먹다 남긴 떡고물이 어디가 더 많은지 놓고 싸우는 이전투구일 뿐이다.
심지어 '좌파는 학종을, 우파는 수능을 선호한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대학 입시제도조차 이념으로 재단하려는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아무런 근거도, 논리도 없는 '아무 말 대잔치'에 부화뇌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건 성 안의 귀족들이 수많은 성 밖 백성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사건인데, 성을 부술 생각은 하지 않고, 생뚱맞게 '학종이냐, 수능이냐'를 두고 다투는 이유는 뭘까요?"
영욱이는 짐짓 '남 이야기'라면서도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조선시대에 비유하자면, '동인과 서인, 노론과 소론'의 갈등이 아니라, 양반과 상민, 곧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거다. 저들이 신분 세습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학벌구조를 타파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게 외려 이상하다는 이야기다.
'잘 커가는' 영욱이를 보면서, 교사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보게 된다. 공부에 젬병인 그를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애면글면하는 게 능사는 아닌 듯하다. 교사로서 아이들이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쏟는 게 맞다.
장담하건대, 영욱이는 '뭐가 되어도 될 놈'이다. 만약 그가 끝내 좌절하고 절망한다면, 그건 인재를 알아보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자꾸만 성적과 학벌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려하지만, 전국의 학교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많은 영욱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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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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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는 학종, 우파는 수능? 조국이 불러온 황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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