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 쇼핑몰의 비애 "문자 올까봐 휴일 내내 마음 졸여"

대형유통업체 노동자와 중소상인들 "건강권과 쉴 권리 위해 의무휴업 확대해야"

등록 2019.09.04 14:59수정 2019.09.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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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 노동자인 나윤서 록시땅코리아노조 위원장이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유통업 종사자들의 건강권과 쉴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형유통업체 노동 실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백화점 노동자인 나윤서 록시땅코리아노조 위원장이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유통업 종사자들의 건강권과 쉴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형유통업체 노동 실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김종훈 의원실 제공
  
"면세점 노동자에게 휴일은 근무의 연속입니다. 내가 쉬는 날도 매장은 근무 중이기 때문에 휴일 내내 마음 졸이며 쉬어야 하는 게 우리의 휴일입니다." (김인숙 부루벨코리아노동조합 조직국장)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대형유통업체 노동자들이 국회를 찾아 '쉴 권리'를 호소했다. 1년 365일 '연중무휴'인 면세점과 복합쇼핑몰 노동자들은 명절은커녕 한 달에 한 번 정기휴일도 없어 맘 편히 쉬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우원식·이용득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경제민주화네트워크),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등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업 종사자들의 건강권과 쉴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정기휴무 없어 휴일에도 쉬지 못해" 

면세점 화장품 매장에서 20여 년째 일해 온 김인숙 부루벨코리아노조 조직국장은 이 자리에서 "동료가 갑자기 몸이 아파 출근을 못 하게 되면 휴무일 새벽에도 출근하라는 호출이 오기도 한다. 매장에 문제가 생겨 언제 전화나 문자가 올지 모르고 때론 고객 클레임을 해결하느라 쉬는 날에도 온종일 진을 빼야 한다"면서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정기 휴무가 있어 모든 노동자가 한꺼번에 쉴 수 있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부러워했다.

김 국장은 "면세점은 관광객이 오는 곳이니 1년 365일 연중무휴여야 한다고 하는데 한 달 하루 문 닫는다고 오던 관광객이 발길을 돌릴까"라면서 "일주일 뒤면 추석인데 누군가는 남은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가족을 만나러 가고, 누군가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추석에 남아 일하는 게 면세점 노동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에서 이미 복합쇼핑몰도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될 기미가 없다. 우원식 의원은 "2012년 대형마트 쉬는 날을 의무화시키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그사이에 복합쇼핑몰이 만들어져 의무휴업이 없는 대형 유통업체 종사자들의 노동권 침해가 심각하다"면서 "제도 개선 이전에 신세계이마트,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기업에서 먼저 자율적으로 의무휴업 등을 도입해 노동자, 중소자영업자와 상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노동자뿐 아니라 중소상인·자영업자들도 대형유통업체 의무휴업 확대를 바라는 건 마찬가지다. 김진철 한상총련 공동의장은 이날 "대형마트 3사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추석 전 의무휴업일을 추석 당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철회를 요구했다.


김 의장은 "요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우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더 절실하다"면서 "정치권과 언론이 서민·민생법안에도 관심을 가져 올해 안에 꼭 법을 개정해 중소상인·자영업자 어려움을 해소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6월 24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현재 대형마트 등에 머무는 의무휴업 적용 대상 확대를 검토하라고 권고하는 한편, 대형유통업체에도 대기자세 관행 개선과 화장실, 휴게실 사용과 시설 확장 등을 권고했다.


"고객용 화장실 사용 지침에도 백화점 면세점 모르쇠"
 
"화장실은 '남성용' '여성용'만 있지 '고객용' '직원용'은 따로 없습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화장품노조연대는 지난 4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 면세점에서 직원들이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화장실은 '남성용' '여성용'만 있지 '고객용' '직원용'은 따로 없습니다"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화장품노조연대는 지난 4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 면세점에서 직원들이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김시연
  
나윤서 록시땅코리아노조 위원장도 이날 "평균 9시간 이상을 서서 일하며 고객이 없는 시간에도 대기 자세를 유지하라고 강요받았는데 지난해 10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매장에 의자가 설치돼 정말 기뻤다"면서도 "그로부터 1년이 가까워져 오는 지금도 의자에 앉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앞서 백화점·면세점 화장품노조연대는 인권위 앞에서 "화장실 좀 보내 달라"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가까운 화장실은 고객용이라고 쓰지 못하게 하고 멀리 있는 직원용 화장실만 쓰도록 했기 때문이다. '고객용'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도 마찬가지다.

나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에서 화장실 사용 지침이 각 백화점과 면세점으로 보내졌고 인권위도 권고했지만 현장은 별로 바뀐 게 없다"면서 "이 지침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선 이같은 정부 지침이나 권고를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계속 대기 자세를 강요하거나 아직 의자가 없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백화점·면세점 화장품노조연대는 오는 6일부터 15일까지 "차별 없는 화장실 사용의 날, 화장실은 인권입니다" 공동 실천을 진행할 계획이다.
#의무휴업 #백화점 #면세점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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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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