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살 어린이가 빚은 그림. 물감을 묻혀 붓이 지나간 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난다.
최종규
아이는 예술이나 문학이란 말을 모릅니다. 굳이 알아야 할 까닭도 없습니다. 아이는 언제나 스스로 겪고 느끼고 보고 생각하고 꿈꾸고 사랑한 이야기를, 기쁠 적에는 기쁘게 그리고 슬플 적에는 슬프게 그려요. 웃은 이야기라서 웃음바다가 되도록 그리고, 눈물 흘린 이야기라서 눈물바다가 되도록 그립니다.
날마다 즐거이 사랑하는 바람을 마시는 아이라면, 이 아이 그림에는 언제나 사랑이 바람처럼 흐르겠지요. 날마다 주먹다짐이나 막말잔치가 춤추는 터전에서 자라는 아이라면, 이 아이 그림에는 이런 모습이 잇달아 흐를 테고요. 자동차하고 아파트 사이에서 지내는 아이가 풀꽃을 그리지 못해요. 자동차하고 아파트 없는 곳에서 풀꽃하고 동무로 지내는 아이가 구태여 자동차나 아파트를 그리지 않아요.
새삼스럽지만 <아이들은 왜 그림을 그릴까>는 '아이는 이런 마음을 이런 손길로 그려서 이런 사랑을 나누려 합니다'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이 이야기를 뒤집는다면 '어른은 어떤 마음을 어떤 손길로 그려서 어떤 사랑을 나누려 하나요?' 하고 묻는구나 싶어요.
아이들이 아이 티를 벗기 무섭게 그림놀이를 멀리한다더군요. 어른 가운데 예술이나 상업이나 직업이 아닐 적에도 그림놀이를 즐기는 분은 적습니다. 하루를 그리거나 꿈을 그리거나 사랑을 그리면서 수수하게 웃고 노래하는 어른이 적어요. 어쩌면 글도 비슷할는지 몰라요.
아이들은 부모가 아주 조금이라도 신경이 곤두서 있으면 바로 눈치채버린다. 옷, 바닥, 가구에 물감이나 얼룩을 묻힐까 걱정하거나 부드러운 나무 표면에 펜이나 뾰족한 연필로 자국을 남기는 건 아닐지 염려한다면, 아이는 그 즉시 알아차린다. (179쪽)
아이가 아름답게 자라는 길에 그림놀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 어른도 사랑스레 살림을 짓고 어우러지는 길에 그림놀이가 꼭 있어야지 싶어요. 그림놀이도 글놀이도, 웃음놀이도 노래놀이도, 또 살림놀이도 일놀이도 다같이 누릴 적에 아이들은 느긋하며 아늑하게 그림꽃을 피우리라 느낍니다.
아이들은 왜 그림을 그릴까 - 그림으로 읽는 아이들 세계
메릴린 JS 굿맨 (지은이), 정세운 (옮긴이),
책과함께어린이,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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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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