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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수사자료 빼돌리고 룸살롱에 갔다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된 검사 뇌물수수 사건, 판결문 들여다보니

등록 2019.11.14 19:19수정 2019.11.1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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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2019.10.1 ⓒ 연합뉴스

 
2016년 1월 추아무개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 검사는 강체추행치상 고소사건을 맡았다. 고소인과 피의자를 조사한 담당수사관은 추 검사에게 "피해자(고소인) 말만 믿고 (피의자를) 기소할 수 없다. 재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보고했다.

이후 피해자의 변호인인 김아무개 변호사는 3월 18일 사건과 관련해 추 검사의 검사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에 함께 가자"라고 했다. 그는 검찰 출신 전관변호사였다.

이들은 함께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목적지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룸살롱이었다. 추 검사가 자주 가던 곳이다. 이곳에서 김 변호사는 189만 원을 결제했다. 추 검사는 룸살롱 종업원으로부터 비용 내역을 받아 김 변호사에게 전달해 결제하도록 했다.

추 검사 뇌물수수 사건 판결문 내용이다. 검찰은 추 검사가 30만 원 상당(189만 원 중 추 검사에게 해당하는 부분)의 향응을 받았다면서 그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18년 10월 1심 재판부는 추 검사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70만 원, 추징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 이어 지난 12일 대법원 역시 1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추 검사의 뇌물수수 유죄가 확정된 것이다. 앞서 법무부는 사법부 판단과 별개로 지난해 8월 추 검사에게 6개월 정직처분을 내렸다. 그는 현재 검사복을 벗었다.

검사 등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큰 가운데 추 검사 뇌물수수 사건은 이목을 끌었다. 문제는 이 사건에 뇌물수수 외에 수사자료 빼돌리기도 등장한다는 것이다. 사법부는 법리적인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지만, 법조비리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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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 인근에서 열린 ‘제12차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 여의도 촛불문화제’를 마친 뒤 자유한국당사 앞에 모여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을 담은 입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검사는 왜 수사 자료를 빼돌렸나

2014년 3월 최아무개 변호사는 과거 동업 관계였던 연예기획사 조아무개씨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조씨는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최 변호사의 운전기사를 통해 최 변호사의 비리자료가 담긴 USB 메모리를 확보했다.


이후 조씨가 구속되자, 최 변호사는 자신의 고소사건을 담당하는 추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아무개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4부 부장검사에게 접근했다.

9월 초, 추 검사는 상사인 김 부장검사로부터 "최 변호사를 적극적으로 도와줘라"라는 말을 들었다. 추 검사는 공판검사실에서 최 변호사를 만났다. 최 변호사는 자신의 비리자료를 가지고 있는 조씨의 구치소 접견 관련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추 검사는 서울남부구치소를 통해 얻은 2014년 6~12월 접견녹음파일 147개와 수용자 접견 현황 조회자료를 6차례에 걸쳐 최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추 검사는 조씨 재판 과정에서 접견녹음파일을 토대로 최 변호사가 분석한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후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은 추 검사를 공무상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추 검사의 행위를 두고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선배의 부탁을 받은 데다 피고인의 개인적인 이득이 없다", "공무상비밀을 누설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등의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추 검사는 또한 지인과 아내로부터 사건 처분 결과를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사건 진행 현황을 전달한 것도 문제가 됐는데, 이 역시 무죄였다.

이후 검찰은 "접견녹음파일 유출로 국가기관이 사생활의 비밀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최 변호사 수사에 장애를 초래한다"면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12일 대법원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검사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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