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사라세노 I '궤도진입(In orbit)' 독일 뒤셀도르프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K21 미술관. 2017년 사진
김형순
이 작품과 관련해 해외에서 경험한 에피소드 하나를 전한다. 2017년 백남준 작품을 보기 위해서 독일 '뒤셀도르프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미술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근데 백남준 작품은 없고 뜻밖에도 사레세노의 거대한 설치작품 <궤도진입(in orbit)>과 마주하게 되었다.
20미터 높이에 거미줄 모양의 그물망으로 된 비행 건물과 태양열 풍선이 설치되어 있었다. 관객이 작품 위로 올라가야 감상이 가능하다. 아찔하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선을 수정해야만 한다고 느꼈다.
그런데 작가는 이런 거미와 작품에 머물지 않고 거미보다 더 미물인 먼지와도 작업한다. 그에게 먼지는 또 다른 상상력의 원천이다. 그는 이걸 '우주먼지'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거미콘서트>를 봐도 빛을 통하면 먼지가 살아 움직이는 게 보인다. 화엄불교에서도 "먼지 속에 우주가 있다"고 설파했는데, 이와 상통한다. 예술가란 이렇게 안 보이는 걸 보게 한다.
작가는 대중이 환경에 대한 잘못된 태도나 생각의 흐름을 제자리로 돌려놓기를 바란다. 그는 사회적 흐름에 편승하지 말고, 건축이니 예술이니 하는 경계를 없애고, 우주 만물이 서로 긴밀한 연결 속에서 소통하고 공존할 방안을 고민하고 그걸 형상화해 작품으로 내놓는다.
동양에는 자연과 우주와 인간이 하나라는 '천지인'이라는 개념이 있다. 작가도 마찬가지로 우주만물이 상호 공존하고 긴밀하게 소통하는 게 인류에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 발상법이 유사하다. 다만 동양에선 이런 사상과 철학을 과학적 시각언어로 구현하지 못했다. 물론 백남준의 <야곱의 사다리>라는 작품이 있지만 이런 경우는 사실 드물다.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큰 자극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