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차이의 이유, 뇌에 있다

[서평] 송민령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

등록 2019.11.22 16:43수정 2019.11.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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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억의 인구가 지구에 있다면, 그들 각자는 75억 개의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이 부분은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은 문구다.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에서 저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뇌를 고유의 세계로 표현하며 개성과 다름에 대해 정의했다. 또한 '남자의 뇌', '여자의 뇌'와 같이 이분법으로 뇌를 나누는 시각을 주의하라고 했다.

신경의 기원이나 뇌의 구조, 부분에 따른 역할을 설명하는 책은 식상하다. 대부분의 신경과학 책은 그러한 내용을 주로 삼으며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든다. 그러나 송민령 저자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뇌를 접근해보였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신경과학의 여러 측면과 함께 과학의 저변에 깔린 오류 그리고 지난 과학을 회고하는 형식과 최신 연구를 소개하는 구성을 갖췄다.


세상을 보는 개개인의 관점

사람들은 특정 대상을 볼 때 자신의 전공이나 관심 정도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여 본다. 예를 들어, 해저 탐험을 다룬 영상을 함께 보고 공학자는 '저 잠수함을 어떻게 만들까'라고 질문하지만 자연 과학자의 경우 '심해에는 빛이 없는데 왜 알록달록한 심해어가 있나'라고 고민한다. 전공이나 관심도에 따라 만드는 질문과 세상을 구체화해나가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이다. 과학계는 여러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그래서 세상을 보는 답 역시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큰 오류는 유명 저널에 실린 논문이 학계의 논란을 평정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엄밀한 심사 과정을 거쳐 저널에 실린 논문이기는 해도 적확한 후속 실험으로 부정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

가령 성인의 해마에서 더는 신경세포가 새로 생기지 않는다는 과거 주장에 반하여 오늘날은 성인의 뇌에 신경세포가 새로 생길 수 있다는 논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이란 과학자들이 증거를 겨루는 집단적인 과정이다. 지식이란 어차피 변해가므로 증거를 축적하는 과학적 사고와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

신경과학은 사회 문제와 여러 인간의 심리를 포괄하여 설명하는 분야다. 한때 우리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인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믿었다. 최근 추세는 인간의 행동을 직접 관측하며 잘못된 통념을 하나하나 확인해가고 있다. 신경과학은 ▲ 인간에 대한 가정 ▲ 세상에 대한 가정 ▲ 세상 속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가정을 개선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책 표지 뇌과학 관련 강연을 많이 다닌 송민령 저자는 청중들의 질문들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책을 썼다. ⓒ 동아시아

 
어제의 뇌는 오늘과 같지 않다


두 사람이 같은 환경에 있을 때 간혹 뇌 활동에 비슷한 부분이 생긴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협력할 때, 공감할 때 나의 뇌는 상대방과 동기화되며 변화되곤 한다. 주변에 침울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덩달아 침울해지고, 주변에 밝고 명랑한 사람이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같은 경우다.

이러한 공감은 유리한 방향으로 나의 행동을 수정하도록 안내한다. 도덕적으로 옳은 측면도 있지만 나를 위해서도 공감은 필요한 것이다. 오래 함께한 부부가 서로 닮아가는 것이나 닮고 싶은 사람과 가까이 지내라는 것도 이런 이유일 수 있다.

뇌의 변화는 나이에 따라 세상을 느끼게 하는 감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는 뇌가 평생토록 변해가기에 그렇다. 현재의 우리는 아기였을 때, 아이였을 때, 청소년이었을 때, 청년이었을 때 세상을 경험하던 방식으로 다시는 세상을 볼 수 없다.

또한 지금 세상을 보고 경험하는 방식 역시 몇 년이 지나면 바뀌게 된다. 이는 뇌의 마법과도 같은 신경 변화로 인해서다. 연령대별로 그 나이에만 주어지는 독특한 시각과 기회가 있는 것이다. 저자는 세대 차이가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하는 것이리라 보는데, 과거의 어린 나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이에 포함되리라 생각된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은 감각으로 느끼는 바가 모두 다르다. 이에 정답은 없다. 특정 감각 기관을 허투루 사용하면 그 기관은 퇴화되기도 한다. 시험에서 갓 태어난 한 아기 고양이의 한쪽 눈을 몇 개월간 가려두었다. 그러자 가려둔 쪽 눈에 연결된 시각 뇌 영역의 신경 네트워크가 다듬어지는 데 필요한 시각 자극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로써 고양이는 나중에 눈을 뜬 뒤에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된 사례가 있다.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는 사회 경제적인 측면과 사회 현상을 뇌신경학적인 분석하면서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든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한 아이를 성장시키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거나 '인간의 긍정적인 잠재력을 위해 국가는 좋은 환경을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의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본다.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 - 송민령의 공감과 소통의 뇌과학

송민령 (지은이),
동아시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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