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카페 그램' 중에서
새만화책
카페 손님은 거의 대부분 한예종 학생들이었고, 이때만 해도 한예종 후문 근처에는 카페가 없어서 손님들도 꽤 있었다. 카페를 열고, 소소한 일상과 이야기가 이어진다. 카페에서 담배도 팔았는데, 이전 구멍가게에서 팔던 담배판매권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라일락 할아버지가 찾아와 과일도 주고, 샌드위치도 사 먹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보이지 않게 된 일, 카페에서 비스코티를 구워 팔기 시작하고, 아이들이 와서 가장 싼 비스코티를 사 먹는 이야기,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고양이 두 마리의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한예종 근처에 카페가 새로 문을 연다는 소문이 들린다. 겨울이 지나고 한예종 정문 앞과 학교 안에 동시에 카페가 문을 열자 '카페 그램'에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는 걱정, 두려움, 원망, 분노, 서러움, 좌절의 감정을 느끼며 마음도 몸도 망가졌다. 2년이 지나면서 열 개가 넘는 카페가 생겼고, 결국 '카페 그램'은 문을 열고 3년을 넘기지 못한 채 '나'와 언니는 카페 운영을 포기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마무리는 요란스러웠다'고 간단하게 말하고 있지만, 카페 운영과 관련해 마음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그래픽노블'에 어울리게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어울렸다. 만화지만 칸으로 구분하지 않았고, 삽화라기에는 만화의 요소가 강한 그림이 많고, '노블(이야기)'이 끌고 가고, '그래픽'이 단단하게 결합한 형태의 훌륭한 '그래픽노블'이다. 만화를 창작하고픈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칸을 그리는 수고를 하기보다, 이렇게 자유로운 글과 그림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작품은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자매가 원하던 카페를 열고, 운영하지만 갑자기 늘어난 경쟁 카페들 속에서 현실의 벽을 느끼고 카페 운영을 포기하는 내용이다. 카페 주인이라는 낭만적인 이미지는 월세, 운영자금, 생활비 등의 현실 앞에서 여지없이 깨지고, 청년 창업과 청년 실업의 문제가 되는 단면을 볼 수 있다.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어지럽게 늘어나는 데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경제문제가 내재되어 있고,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예술가(작가)이면서도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 문화예술에 관한 대중의 낮은 인식과 정부의 소극적 지원에서 비롯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대형 프렌차이즈나 대형 카페는 살아남고, 영세한 카페는 건물주에게 월세나 바치면서 근근히 유지하다 결국 폐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소자본창업을 할 수 있고,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카페지만,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살아남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나'와 언니도 그런 것을 모를 리 없지만, 막막한 현실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눈에 보이는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손님으로 분위기 있는 카페를 찾는다. '나'의 마음에는 카페를 정리할 때의 복잡하고 심란한 마음과 함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그립다. 어쩌면 '나'는 다시 카페를 운영할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귀농을 해서 스스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 그 역시 소박한 꿈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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