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 북토크에서 임희정 작가
수오서재
책의 저자인 임희정은 출판 전부터 글을 통해 놀라운 경험을 했다. 지난 2월 그녀가 용기로 쓴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라는 글이 엄청난 화제가 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며칠을 머물렀다. 메시지와 전화가 수백 통 왔다고 하니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 아래 잘 자란 아나운서 딸이다. 한글조차 익숙하지 않은 부모 아래서 말을 업으로 삼는 아나운서가 됐다. 내가 이렇게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알게 모르게 체득한 삶에 대한 경이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공사장을 향하는 아버지와 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돈을 아끼고 쌀을 씻었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매 순간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9쪽
그녀의 '나는 그랬다'고 꺼낸 한 마디가 실시간 검색어를 거쳐 사람들의 '나도 그랬는데'라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실검'에 오른 이후 그녀에게 메일 수십 통이 도착했다. 각자의 이유로 부모를 부끄러워했던 자식들이 그녀의 고백에 응답했다. 그녀는 이 시기 "글이 가진 힘을, 연대를, 희망을 보았다"고 회고한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까지 했으니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글은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일 것이나, 그 글이 전부는 아니다. 임 작가는 실검 이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꾸준히 자신의 부모를 응시하고 사유해 글을 써냈다. 소재가 계속 쌓이고 글이 자꾸 쓰였다고 한다. 당연한 수순이다. 가장 큰 고민은 가장 좋은 글감의 다른 말이니까.
부모에 대한 생각은 그녀 인생의 가장 큰 숙제이자 고민이었다. 마구 엉켜버린 실타래 같아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러다 글쓰기 수업에서 가족을 주제로 글을 쓰게 됐다. 그녀는 평생 첫차를 타고 출근해 50년 넘게 막노동을 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아버지의 삶을 담아낸 글을 보고 선생님은 <오마이뉴스>로 보내보라고 독려했다.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임희정은 아나운서가 아닌 작가로서 생의 꼬인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내기 시작했다.
자기연민 없이 가난을 말하기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