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 보장과 친문농단 게이트 국정조사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남소연
2019년 정치 상황도 이 두 개의 사자성어로 정리할 수 있다. 갈 길은 먼데 어느 것 하나 이뤄지지 않은 상황.
'최악의 국회'라는 20대 국회가 공식적으로는 일주일 뒤인 10일 마감한다. 지난 6월 문희상 국회의장은 "20대 국회 평균 가결률이 24.3%(6월 8일 기준)"라며 "19대 국회 법안 가결률이 34.6%로 최악의 국회라고 했었는데, 최악의 기록을 깨지 않을까 아주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고, 갈 길은 멀다는 느낌이다... 국회가 열리고, 싸워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당부 아닌 당부를 했다. 당시는 강원 산불, 포항 지진 등과 관련된 추경 예산 통과가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그때도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은 장외투쟁 중이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시 "추경에 앞서 경제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자연재해와 관련된 시급한 추경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재해 추경만큼은 초스피드로 처리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추경안은 심사에 앞서 정부 정책에 대한 총체적 점검부터 해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정책 등에 대한 청문회를 고집했다.
최근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서 우리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 - 11월 29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 계속
견제자와 비판자로서의 야당의 역할은 중요하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이 없다면 정권은 외골수의 길을 걷거나 독재의 길로 빠질 수도 있다. 정부여당에 대응하는 한 축을 이루는 과정에서 야당은 수권능력을 보이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걷는 길은 야당의 역할과도, '천심'이라는 민심과도 동떨어져 보인다.
근래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에 나섰지만, 황 대표의 단식 투쟁에 공감한다는 국민은 28.1%에 그쳤다. (공감하지 않는다 67.3%,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 11월 23~24일 조사, 응답률 11.4%,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 국민 10명 중 7명(69.2%)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정기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11월 29~30일 전국 성인 1010명 대상 설문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6개월 전 상황을 봐도 비슷하다. 한국당이 추경 심사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경제 실정 청문회'에 대해 당시 응답자의 55.4%가 '정치 공세의 일환이므로 반대한다'고 대답했다.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은 30.9%, YTN <노종면의 더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 6월 17일 발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한국당 절대 안 뽑아" 44.4%가 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