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7일 전주교도소 앞에서 교도소 내 서신검열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주현
계속된 서신검열은 헌법과 형집행법에 반하는 위법적 인권침해가 아닌가. 이를 밝히고자 소송이 진행되었다. 소송 과정에서 사실조회 등을 통해 검열이 장기간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음이 드러났다. 2013년 11개월간 115건의 서신검열 외에도, 심지어 원고가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등 문제제기를 한 이후인 2013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도 원고의 서신 83건을 계속하여 검열하였음이 밝혀졌다(교도소 측은 2013년 1월 이전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서 검열 내역을 밝히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소송 과정에서 교도소 측이 검열 사실을 인정한 198건의 서신을 "검열 결과 특별히 서신 금지 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모두 즉시 발송"하였다고 답변하였다는 점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198건이나 되는 서신을 검열했는데도 정작 내용이 부적절하여 금지 사유에 해당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서신검열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계속 새로운 편지를 검열했다고 자인한 것이다.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원고는 1심 법원에 '2013년 전주교도소에서 검열한 서신 수'도 사실조회를 하였다. 전주교도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 전주교도소에서 검열한 서신 총수는 169건이었다. 그중 원고의 서신검열 건수가 118건이었으니, 전주교도소의 전체 서신검열 건수 중에서 원고의 서신검열 비율이 무려 70%라는 압도적 비율인 셈이었다.
원고는 전주교도소 다른 수용자 전부를 합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검열을 당했다. 전국 11개 교도소별 서신검열 현황(2012년~2015년)을 사실조회했더니 원고는 전국 교도소를 통틀어 서신검열을 가장 많이, 그리고 반복적으로 받는 수용자였다. 그 이유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원칙을 잡아먹는 '예외'
소송에서 교도소 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이 한 검열은 법이 인정한 '예외'에 해당하므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형집행법 제43조 제4항은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의 내용은 검열받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선언한 후, "다만…"이라는 단서를 달아 4가지 예외를 인정한다. 교도소 측은 그 단서에 매달렸다.
4가지 예외사유는 다음과 같다. ▲서신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는 때(1호),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서신검열의 결정이 있는 때(2호),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 또는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내용이나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3호), ▲조직폭력사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용자 간에 서신을 주고받을 경우(4호)가 그것이다.
1호, 2호, 4호의 사유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3호다. 말 하나하나가 알 듯 말 듯 한 추상적인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해석의 갈림길에 선다. 위 조항은 무검열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며, 규정 형식 역시 열거조항이므로 상식적으로 그 적용에 있어서 입법목적과 취지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당연하게도 예외사유 해당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교정시설이 지게 된다.
반대로 이것을 넓게 인정해주면 서신무검열 원칙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교도소 측에서 자기 마음대로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었다고 주장하면 서신검열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외적인 '단서'가 원칙을 잡아먹는 상황이 된 것이다.
동향감시 수단으로 악용되는 서신검열
198건의 편지를 검열했으나 발송을 불허할 금지 사유가 없었다면서도 교도소는 왜 그리 열심히 오랫동안 원고의 서신을 검열한 것일까. 원고가 알고 싶은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이유와 법적인 근거를.
이 소송의 원고는 국가보안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이른바 '공안사범'이었다. 물론 그 자신은 혐의를 부인하였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공안사범'이 키워드였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교도관은 '공안사범이니까 서신검열의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변하였고, 심지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공안사범을 법령에 따라 관심대상수용자에 해당하는 마약사범이나 조직폭력사범과 같이 취급하여 서신검열을 정당화하였다.
게다가 교도관은 원고가 '단체에 편지를 많이 보낸다'는 것과 '교도소 내의 일을 편지에 적었다'는 것을 지속적 검열의 이유라고 진술하였다. 2013년에 원고는 수치스런 알몸 검신을 당한 일을 편지에 쓴 일이 있는데 이것도 교도소 측의 지속적 검열 이유가 되었다. 정작 그 내용들이 법이 정한 금지 사유에 해당한 적은 없었다면서도 말이다.
소송 과정에서 재판부에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하여 교도소 측이 원고의 서신을 검열한 내역과 상대방의 이름을 기록한 문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언론사, 기자, 출판사, 사회단체인 경우에는 당연히 검열을 하였다. 증인으로 출석한 교도관들도 시인한 사실이다.
게다가 교도소 측은 원고가 부모님, 동생, 자녀 등 가족은 물론 대학 선후배 등 지인과 주고받는 편지도 상당수 검열하였다. 심지어 원고의 행정소송을 대리하던 변호사에게 보내는 편지조차 봉투에 수신인이 변호사로 기재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열을 하였다.
이런 검열을 과연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 또는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내용이나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정당화할 수 있을까. 반대로 서신검열의 주된 목적이 법이 정한 교화 또는 사회복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공안사범이고 비판의식이 있는 원고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판도라의 상자, '서신검열대상자' 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