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표정의 이해찬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남소연
2019년 12월 5일. 중증 장애를 가진 구직자들 취업 지원사업에 '장애인 동료 지원가'로서 사업 참여자를 이끌어주던 설요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들었다.
이제 고인이 된 설요한씨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과도한 업무와 실적을 채워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인한 압박에 의해서였다.
또한 나는 고인이 된 설요한씨를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단지 나와 같은 장애 정체성을 가진 분이시며 사회가 말하는 '정상사회' 라는 시스템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서 언젠가는 이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의미없는 질문'의 답변을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찾으려고 했던 분일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해보려 한다.
2019년 12월 15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맡고 계신 이해찬 의원이 공식 유튜브 채널 '씀'을 통해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와서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 의지가 강하다고 들었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간략하게나마 붙이자면, 이해찬 대표가 24살 때 빗길 교통사고로 인해 척수 장애를 갖게 된 최혜영 강동대교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발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앞서 말한 두 사건은 맥락도 다르고, 어떤 점을 문제로 삼아야 하는지도 다르다. 하지만 나는 두 사건을 보고 과연 이 사회는 '장애인'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고 '인식'하며, 장애인이 사회적으로 처한 현실에 주목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점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여기 나의 사례를 통해 사회 안에서 내가 어떠한 장애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며,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써보려고 한다.
이해찬 의원님 말씀과 달리 나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났으나 살고자 하는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이다. 또 발언 이후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는 사과 또한 거절하며, 장애인을 혐오하는 이들에게 정중하게 아래와 같은 말씀을 드리며 진짜 내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여기 지금 당신이 보려고 하지 않는 곳에 내가 존재하고 나의 존재성(장애 정체성)을 부정하지 말라, 당신들이 부정 할수록 나의 존재는 더욱 눈에 띌테니 말이다.'
태어날 당시 나는 의사에게 ASD(심방중격결손증)와 VSD(심실중격결손증)와 폐동맥 협착, 그리고 삼천판 패쇄증이라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고 진단받았다.
듣기만 해서는 어려운 네 가지의 심장질환을 담당 교수님에게 들었던대로 타인에게 쉽게 설명 해보면, 심장에는 두 개의 심방과 두 개의 심실이 존재하는데, 심장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사람의 심장은 혈액을 순환하는 과정에서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우심방에서 우심실로 혈액을 순환 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나의 경우에는 각 심방과 심실 사이에 존재하는 벽에 결손(구멍)이 있다.
또 심장에는 '삼첨판'이라는 판막이 있는데 우심장과 우심실을 연결하는 판막이며, 선천적으로 삼천판이 생성되지 않아 앞서 말했던 ASD(심방중격결손증) 와 VSD(심실중격결손증)와 달리 원래 열려 있어야 하는 곳은 막혀있고, 막힌 곳은 열려 있기에, 그걸 반대로 되돌리는 시술을 받았고, 심장과 폐를 이어주는 대동맥 또한 다른 이들보다 '좁은' 혈관을 갖고 태어났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태어날 당시에 한 번, 두 살에 한 번, 네 살에 한 번, 총 세 번에 걸쳐서 심장 수술을 받았다. 심장 내 다양한 병변 증상을 갖고 태어난 것이기에 희귀 난치성 질환을 가진 환자로서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선천성 심장장애 3급(장애의 정도가 심한 중증 장애인)의 장애 판정을 받았다.
내가 심장질환을 가지고서 살아온 지 26년이 되었고, 장애인으로 등록된 지는 21년이 되었다. 원가족과는 명절을 제외하고는 손에 꼽을 정도로 교류가 없고, 더 이상 가족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받기에도 눈치가 보여 구직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장애인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이유로 면접에 탈락하고, 장애인 수당 4만 원 지원 서비스 외에 다른 사회복지 서비스 제도를 이용 받으려고 해도 나이가 조건에 맞지 않아 서류조차 넣어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질환의 경우 '해를 넘길수록 생존률이 낮아진다는' 질환이고, 어렸을 적 받은 수술을 제외하고 정기적인 약물 복용을 통해 생활적인 것에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나는 페이스 메이커(심장 박동 조율기)도 인공심장도 갖고 있지 않다. 그저 현재까지 복용하고 있는 4개의 약물이 나의 생존율을 늘려주고 있을 뿐이다.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은 '살고자 하는 의지'를 '선천적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선천적으로 장애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살고자 하는 의지가 약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인권 감수성을 갉아먹는 행위에 동참하는 것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매 순간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로 선동하는 이들에 의해 그나마 존재하고 있는 인권 감수성 마저 점차 떨어진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더욱 병들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직간접적으로 겪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및 내가 갖고 있는 질환에 대한 기록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를 다루는 의제를 기고하려고 한다.
글을 마치면서 나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자들에게 힘주어서 말하고 싶다.
'저는 당신들의 표를 벌어주기 위해 혹은 유머적인 요소로서 소비되는 것 자체가 불쾌합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나와 다른 존재를 마주하면 그 사람을 하나의 인격으로서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선천성 심장질환과 같이 살아가는 장애인이자, 청년이며, 성소수자 그리고 매 순간의 일상과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호모 아키비스트' 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