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요정을 생각하며 작품을 구상했어요"

한수민 작가의 전시 '안녕 난 요정'

등록 2020.02.10 18:59수정 2020.02.1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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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요정 친구와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한 적 있어요. 요정 친구들은 늘 우리 곁에 있었는데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들을 볼 겨를이 없었던 건 아닐까요?"
 

요정을 모티브로 한 작품 요정을 모티브로 한 작품 ⓒ 김소라

 
한수민 작가는 자신의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안녕 난 요정'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요정이 언제나 자신을 돕는 존재를 믿는다고 이야기한다. 행궁동의 골목갤러리 '예술공간 봄'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 설치를 위해 대구에서 온 작가와 직접 만나보았다. 어떻게 행궁동의 갤러리를 찾아서 전시를 하게 된 걸까.
 

요정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 요정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 ⓒ 김소라

 
"2년 전 함께 작업하고 있는 김영훈 사진작가님의 전시를 이곳에서 했어요. 그 때 느낌이 정말 좋아서 저도 첫 전시를 하면 예술공간 봄에서 꼭 하고 싶었습니다. 대구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서 새로운 곳에서 전시를 준비하니 새롭고 신선합니다. 이번 전시를 바탕으로 얻은 영감이 앞으로의 작업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수원행궁동의 벽화골목 예술공간 봄 갤러리 수원행궁동의 벽화골목 예술공간 봄 갤러리 ⓒ 김소라

 
한 작가는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 후 대구 북성로에서 사진관과 함께 디자인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대구보다 서울, 경기 쪽에서 전시를 하면서 지역적으로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작가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요정을 모티브로 한 작품 요정을 모티브로 한 작품 ⓒ 김소라

 
"우리가 사랑가고 있는 평범하고 흔한 일상 속에서 저는 우연히 작은 요정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비록 조그마하지만 항상 열심히 할 일을 해내고 있고, 그 작은 힘을 모아 큰 일을 이루어내고야 맙니다. 비록 우리 눈에 크게 띄지는 않지만요. 우리 일상 속의 큰 일부터 사소한 일까지도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든 일과 상황에서 그것들을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작은 요정이 있다고 믿습니다."
 

어린 시절 믿었던 요정이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데 영감의 근원이 된 걸까. 전시된 설치작업물 중 어두운 방에 놓인 침대, 등불, 스피커가 인상적이었다. 밤에 자려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오는 상상으로 만든 설치작업이다. "밤에 누워있으면 요정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 한다. 관객 모두 침대에 누워 상상을 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
 

예술공간봄 카페 새롭게 단장한 모습 예술공간봄 카페 ⓒ 김소라

 
예술공간 봄은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한 갤러리이기 때문에 작가들에게도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를 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밀실같은 방도 있고, 환한 햇살이 들어오는 커다란 창도 있다. 지하 갤러리 같은 경우 좀더 집중을 요하는 작품을 전시하기 용이하다.

이번에 전시된 사진은 모두 직접 찍은 재미있는 사물의 표정에 관한 것들이다. 벽돌, 횡단보도, 뜨거운 커피, 계산서 등 일상 사물들이 숨어있는 얼굴을 하고 있다고 상상했다.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볼 때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일까.


또한 오일파스텔로 그린 작가의 작품도 재미있었다. 우리의 귓속에 요정이 뭐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그림, 상상 속의 유니콘, 이빨요정, 유혹의 요정, 버섯을 자라게 하는 요정 등 다양하다.

사진, 영상, 회화, 설치예술 등 다양한 영역을 오가면서 예술성을 표현한 한수민 작가의 첫 번째 전시는 매우 놀라웠다. 어른이 되어도 동심을 간직하면서 살아가는 순수한 마음도 담겨 있었다. 사소하지만 일상의 중요한 일들이 많다.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통해서 삶에 대한 애정도 생긴다.
 

안녕, 난 요정 전시 리플릿 한수민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수원 행궁동 ⓒ 김소라

 
이번 전시는 2월 20일까지 예술공간 봄 1전시실에서 이루어진다. 대안공간 눈은 지난 해 운영이 종료되었고 예술공간 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전시가 이어진다.

이전에 대안공간 눈을 운영했던 이윤숙 대표는 "올해는 행궁동 벽화골목을 정원으로 꾸미는 프로젝트도 열까 합니다. 대안공간 눈 운영상 어려움을 문을 닫았지만, 마을과의 연대 및 예술 프로그램은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봄카페 같은 경우 커피값을 2000원으로 저렴하게 내렸어요. 전시를 하는 예술가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죠. 많은 시민들이 행궁동의 예술공간 봄 갤러리를 기억하고, 일상에서의 예술을 가까이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한수민작가 #안녕난요정 #이윤숙대표 #김소라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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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쓰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깁니다. 수원에서 작은 골목책방 "랄랄라하우스"를 운영하는 책방지기입니다. <타로가나에게들려준이야기> <좋아하는일을해도괜찮을까> <맛있는독서토론레시피> <사이판한달살기> <그림책은재밌다> <바람의끝에서마주보다> 등 열세권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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