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에 떨고 있는 서울 시민들2015년 6월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한 시민이 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
유성호
2015년 5월 메르스 때만 해도 시민들은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 이름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박근혜 정부가 '확진자 정보 비공개'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병원 이름을 공개하면 치료를 받아야 할 다른 환자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하다" 등의 이유를 댔습니다.
컨트롤타워인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허위정보가 떠돌았습니다. "△△에 지금 메르스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좀 나왔는데... 당분간 ○○병원 가지 마세요" 같은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나돌자 '정부는 확진자 방문 병원 이름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크게 일었습니다.
급기야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6월 4일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라면서 메르스 35번 확진자가 1500명이 모인 행사에 참석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틀 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도 성남시 거주 확진자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결국 보건복지부도 기존 방침에서 선회해 지자체와 힘을 합쳐 정보를 공유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국회도 움직였습니다. 당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쟁적으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중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감염병 확산 시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의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현행 감염병예방법 34조의2)는 내용과 "보건복지부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은 감염병 예방 등을 위해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의 장, 공공기관, 의료기관 및 약국, 법인·단체·개인에 대해 정보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한다"(현행 감염병예방법 76조의2)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개정안들은 2015년 6월 말과 7월 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2020년 현재 시민들이 확진자 동선을 상세하게 알게 된 것도 이때 법이 재정비됐기 때문입니다. 메르스가 남긴 교훈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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