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책 구매자로부터 온 사진과 문자메시지
권태현
택배상자에 과자를 함께 넣어보낸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은 사소한 것에 있기 때문이다. 크고 거창한 것 못지않게 일상 속에서 보고 듣는 작은 것들이 의외로 사람의 기분을 전환시켜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피곤한 출근 길, 친구가 보낸 유머사진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퇴근 길에는 버스 안에서 신나게 얘기를 주고받는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엿들으며 피식~하고 웃기도 한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해맑게 웃으며 친절하게 주문을 받는 직원의 얼굴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버스킹 하고 있는 사람의 노래를 듣다보면 옛추억에 잠기면서 기분이 전환되기도 한다.
친구에게서 스타벅스 무료 음료쿠폰을 받으면 쿠폰 가격 그 이상의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길을 걷다가 천 원 짜리 한 장이라도 줍게 되면 운이 좋다는 생각에 왠지 그날 하루는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렇듯 일상 속 소소한 일들이 우리를 웃게 한다.
내가 택배에 과자를 같이 넣어 보낸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책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상자를 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과자 한 봉지가 들어있으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 재미가 있지 않을까, 피식 하고 가볍게나마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며칠 뒤 대학교 다음 카페 자유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내 책을 구매한 사람이 올린 글이었다. 택배박스 안에 들어 있던 책과 과자 사진을 찍어서 올렸고 택배를 받았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는 내용의 글도 함께 담겨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와 기분 좋으셨겠어요."
"마음이 훈훈하네요.ㅎㅎ"
"그동안 중고거래가 말이 많았는데 이렇게 좋은 분도 계셨네요.^^"
내가 보낸 물품의 사진을 보며 사람들끼리 그렇게 서로 온기를 나눴던 것이다. 그런데 가장 마음이 따뜻했던 건 다름 아닌 나였다. 내가 한 사소한 말과 행동이 누군가를 기쁘게 해줬다는 것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과자 한 봉지로 누군가를 미소짓게 만들어줬다는 것이 오히려 나를 더 웃게 해주었다. 그렇게 내가 행한 작은 나눔은 배가 되어 나에게 돌아왔던 것이다.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선한 영향력이 물질적인 부를 안겨주거나 성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럴 능력도 없다. 내가 미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은 누군가를 한 번 미소짓게 만드는 것이라면 충분하다. 크고 거창한 걸 해줄 순 없지만 이렇게 작고 소소한 행동으로 사람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실로 작은 것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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