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7일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도쿄도 등 7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EPA
오늘(4월 8일)부터 도쿄를 비롯한 7개 광역지자체에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됐다. 이로써 일본 국민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 다음달 6일까지 한 달간 지속된다.
지난 3일 지지통신이 실시한 긴급사태선언 발령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에서 찬성여론이 80%를 넘었고, 4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코로나대책담당장관은 "긴급사태선언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도쿄의 확진자가 100명 선을 넘나들고, 일본 전국의 확진자가 3일 연속 300명대를 기록하던 시기다. 하루 평균 2000~3000건 검사해서 300명이 나왔다. 도쿄는 하루 최대 300명을 검사해 적게는 79명, 많게는 143명이 나왔다.
확진율이 어마어마하다. 당연하다. 37.5도 고열 4일 이상, 기침·인후염·호흡곤란·무기력증·근육통 중 서너가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야, 즉 이른바 '코로나 고시'에 합격해야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미 상당히 아픈 상태에서 검사를 받으니 확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도 알고 있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어제서야 비로소 "이대로 가면 한 달 후엔 8만명 정도 확진자가 나온다"고 말했다.
지금 일본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 지자체에서 올라오는 통계를 후생노동성이 집계해 발표하는 식인데, 정부에 비협조적인 지자체도 많고 각각의 지자체도 지역 내 하위 기초단체의 통계를 받기 때문에 다음날이 되어 수정되는 경우가 매일같이 발생한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시산치(試算値)'이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토대로 미래 어느 시점에선 얼마나 될 것인가라는 계산을 하는데, 이것이 상당히 들어맞고 있다.
정부 따로 지자체 따로... 추락한 리더십
정부의 전문가회의는, 그래서 이미 4월 1일부터 계속 긴급사태선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국 일주일이나 지나서 발령됐다. 너무 느리다. 오죽하면 6일에는 '긴급사태선언을 언제 할 것인가라는 결정을 위한 예비회의'가 있었다. 7일 국회 질의응답을 준비하기 위한 각료회의다. 답변을 사전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모습이 '긴급', '사태', 그리고 '선언'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와 과연 어울리는가. 긴급한 국가적 사태를 막자는 선언을 앞두고 사전조율을 하는 모습이 일본 사회에 어떻게 비춰질까.
그러다보니 지자체도 따로 논다. 7일 저녁 아베 총리가 긴박한 어조로 7개 지역(도쿄,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 오사카, 효고, 후쿠오카)에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각종 시설, 특히 불특정 다수가 밀집할 수 있는 영화관, 선술집, 나이트클럽, 캬바레, 인터넷 카페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법적 근거(비상조치법)에 기반한 강력한 휴업 요청 및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도쿄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개 지자체는 8일 아침 "민간시설에 휴업 요청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버렸다.
현재 가장 심각한 상태인 도쿄도조차 "10일까지 휴업시설에 대한 논의를 하고, 11일부터 이들에게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긴급사태선언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던 휴업요청이 당장 다음날 각 지역단체장들에 의해 거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아베의 리더십이 얼마나 바닥에 떨어졌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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