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란도 내부 공사 장면
박철현
아무튼 그 소프란도 공사를 2월초에 맡아 실제로 들어간 것이 3월초였다. 잘 아는 회장님이 소개를 해 준 곳이고, 요시하라에서 이런 점포를 8개 정도 운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현금흐름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심지어 관리회사조차 잘 아는 곳이라 무조건 공사를 받았지만, 처음해본 요시하라 소프란도는 공사가 매우 까다로웠다.
주로 경찰OB들로 구성된(이거 중요하다) 모 조합에 고급 과자를 사들고 몇 번이나 인사하러 가서 공사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한 달이 걸렸다. 물론 뒤로 직접 현금 뇌물 주고 접대하고 그런 건 없었지만, 다른 공사들과 비교해서 확연히 달랐다.
이 조합은 150여개에 달하는 소프란도 업체가 매월 내는 조합비(상납금)로 운영되고, 이사진들은 하나같이 경찰, 혹은 공무원 출신들이었다. '아마쿠다리(天下り)'로 불리는 낙하산 인사의 실체가 중앙부처 큰 곳들이 아니라 이런 조그마한 동네에도 일일이 퍼져있음을 실감했다.
그렇게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어제 공사 전과 공사 후 도면을 완성했고, 청구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어제 갑에게 연락을 했는데, 연락이 안된다. 소개해준 회장님에게 연락을 했더니 "요즘 그 자식 연락이 잘 안돼"라고 말한다. 순간 안좋은 예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오늘 아침에 관리회사로 전화를 했다. 그러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흘러 들어왔다.
"아, 거기 해약 통보가 얼마 전에 왔어요. 코로나19 때문에 결국 직격탄을 맞네요. 그 사장님이 이번 달에 한 업소당 5백만엔씩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6개는 정리하고 그나마 좀 되는 2개만 남겨둔다고. 당장 관두는 건 아니고 지금 연락이 왔으니까 3개월은 영업할 겁니다."
"그럼 공사 대금은 어떻게 되는 거죠?"
"음... 좀 늦게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 좀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았습니다. 어쩔 수 없죠."
전화를 끊고 나니 새삼 코로나19 사태의 위력을 실감했다. 요시하라는 일본이 멸망한다 하더라도 괜찮을 것이라는 신화가 있었다. 2009년 리먼쇼크 때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났을 때도 여긴 아무 문제 없었다고 소프란도 사장이 말했었다.
실제로 우리가 공사를 했을 때도 3월 중순까지는 손님들이 들락날락 했었다. 그런데 3월 25일 이후 아베 총리 등이 유흥업소 휴업에 대한 강력한 지시를 내리자 가장 먼저 타겟이 된 것이다. 관리회사에 따르면, 이 사태가 긴급사태 기한인 5월 6일은 물론 앞으로도 더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해약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다 알겠다. 이해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내 공사대금 440만엔은 대체 언제 어디서 받아야 하는가. 아니 과연 받을 수는 있는가. 날씨마저 화창하니 더 우울해진다.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은, 맥이 풀리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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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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